[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지난 2010년 발생한 ‘도이치 옵션쇼크 사태’ 피해자들 중 개인투자자들이 가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 패소로 기울던 ‘도이치 옵션쇼크 사태’법정분쟁이 일대 전환을 맞을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도모씨 등 개인투자자 17명이 도이치증권·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소멸시효 기산시점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안다’는 것은 피해자가 사용자 및 그 사용자와 불법행위자 사이에 사용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외에 일반인이 그 불법행위가 사용자의 사무집행과 관련해 행하여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사실까지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심은 원고들이 적어도 금융위원회 등의 조사결과 발표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피고들의 직원들이시세조종행위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2011년 2월23일 무렵에 위법한 시세조종행위의 존재, 시세조종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각 인식했고 피고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고 판단했지만, 전문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개인투자자들인 원고들이 금융상품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비교적 풍부했다고 하더라도, 금융위,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등에서 알고 있었던 사항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금감원 등의 조사결과, 검찰의 기소 발표와 언론보도 후에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다퉜고, 피고의 홍콩지점 직원들은 국외로 도주해 박도준 전 한국 도이치증권 상무와 피고에 대해서만 4년 이상이 지난 2016년 1월25일 1심 유죄판결이 선고된 점,이 형사판결문 본문만 82면에 달하는 점, 당시 시세조종행위의 위법성 판단을 위해서는 코스피200과 지수차액거래와 지수변동행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일반인의 입장에서 형사판결 선고 전에 위법한 시세조종행위의 존재, 시세조종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들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유무에 관해서도 다퉜는데, 4년 이상이 지난 2015년 11월26일에야 피고들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시작했고, 피고 도이치은행의 경우 금융위나 금감원의 제재 대상과 검찰의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으므로, 전문 금융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인 원고들이 민사 1심판결 선고 이전에 피고 도이치은행의 홍콩지점 직원들과 피고 도이치은행과의 사용관계나 사무집행 관련성을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더욱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그렇다면 원고들이 금융위 등의 조사결과 발표, 검찰의 기소, 언론보도 등이 이루어진 2011년 2월23일 또는 2011년 8월19일 무렵에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나 사용관계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에 반하는 원심의 판단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박도준 전 한국 도이치증권 상무 등 도이치증권과 은행 일부 직원들은 2010년 11월11일 장 마감을 10분 남겨놓고 도이치증권 창구로 2조원이 넘는 매도주문을 넣어 코스피200지수를 급락시켜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입혔다.

이에 도씨 등 투자자들은 2016년 3월31일 도이치증권과 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23억 9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도이치증권 측이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금융위 등 국가기관의 발표 시점인 2011년 23일 발생했고, 그로부터 민법상 단기 소멸시효기간 3년을 지난 뒤 소송을 내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배척하고, 투자자들 주장을 받아들여 23억 8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도이치증권 측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