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 등 대상자에 포함/보수정권의 공권력 피해자 여겨/민변선 “사회통합형 조치” 반겨/법조계 “다른 사건과 형평성 봐야 ”/野 “한·이 사면 반대투쟁” 선언/정계 ‘친노’ 한명숙 ·이광재 거론 / 재벌 총수 등 기업인 배제될 듯법무부가 24일 "사면 대상·시기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으나 일단 시기는 다음달 25일 성탄절 직전, 또는 내년 설 연휴(2월15∼18일) 직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가 특정 종교와의 연관성 등 논란을 의식해 성탄절 특별사면을 대체로 자제해 온 점을 감안하면 설을 앞두고 특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상자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집회 관련자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집회 관련자 △용산 화재참사 시위 관련자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집회 관련자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 관련자 등으로 좁혀졌다.

이 사안들은 모두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벌어진 것으로 문재인정부는 ‘국가 공권력의 남용 탓에 국민이 부당한 피해를 보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강정마을 사태 관련자들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제주를 찾아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국가의 구상권 행사를 포기하고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내놓았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시위 과정에서 경찰관이나 공무원을 때린 혐의 등으로 입건돼 유죄가 확정된 이는 480여명에 달한다.

법무부는 특사를 실시하는 경우 이들의 구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폭력을 동원한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인데 쉽게 사면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불법·폭력 시위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며 "강정마을 주민 등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들에 대한 사면은 다른 폭력집회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문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적폐의 청산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강정마을이나 밀양 주민들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끌어안지 못해 범죄자가 된 분들"이라며 "그분들을 다시 사회로 끌어들이는 ‘사회통합형’ 특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서민 등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민생특사’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광복절 박근혜정부가 생계형 범죄자 등 4612명을 특별사면하며 국민 142만49명의 운전면허 행정제재와 어민 1715명의 어업면허·허가 행정제재 등도 함께 감면해준 뒤 1년 넘도록 특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운전이 아니면 생계유지가 힘든 서민들의 제재 감면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며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현 정부 들어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 총수 일가 구성원이나 전·현직 대기업 임원 등 경제인들을 특사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치인의 경우 여권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을 산 정봉주 전 의원 등 ‘친노무현계’ 인사들이 특사에 포함되길 희망하는 눈치다.

전임자인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 경제인 등 유력인사들에 대한 사면권을 지극히 제한적으로 행사한 점이 문재인정부로선 다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재야단체와 시민단체, 노동계 등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두 사람을 ‘콕’ 찍어 문재인정부에 특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주요 사안에서 문재인정부와 입장을 같이하는 정의당은 한 전 위원장 사면에 적극적이다.

한 전 위원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란 이름의 대규모 도심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이 전 의원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있다.

이 전 의원이 속했던 통진당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고 해산됐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한 전 위원장과 이 전 의원 두 사람이 사면되면 극렬한 반대투쟁에 임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향후 개헌 추진 등에서 야당들의 협조가 절실한 청와대로선 정국 경색을 감내하면서까지 한 전 위원장 등의 특사 단행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