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 고위급 대표단이 청와대에서 회동키로 했지만 예정 2시간전 전격 취소됐다고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펜스 부통령실, 백악관 관계자들을 말을 빌어 "2018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펜스 부통령이 지난 10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회담을 할 계획이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WP에 "북측이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간 동안 만나길 원한다는 얘기를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듣고 펜스 부통령 방한 2주 전부터 논의했다"고 밝혔다.

WP는 "북한의 회담 초청 제의는 백악관에서도 소수만 알고 있었다"면서 "초청에 응한다는 최종 결정은 지난 2일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내려졌다"고 했다.

회의에는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에이어스 부통령실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도 전화로 동참했고, 짐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장관도 논의과정에 참여하는 등 트럼프 정부 핵심이 모두 북과의 대화에 개입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북측과의 회담을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 지속이라는 관점에서 봤다"면서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 직접 만나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WP는 "백악관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을 남측에 파견한 것을 보고 북한이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여기고 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회담 장소와 방법 등 구체적 내용은 펜스 대통령이 지난 8일 한국에 도착하고 난 뒤 확정됐다.

북미 회담에 한국측은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으며 미국과 북한의 보안 요청을 받아들여 중립적인 회담 장소(청와대)를 제공키로 해 개막식 이튿날인 10일 오후 청와대 회담이 결정됐다.

북미회담엔 미국 측에서 펜스 부통령,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표, 에이어스 비서실장이, 북측에선 김여정과 김영남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북미 회담은 만남 2시간 전 북측에서 취소 통보를 해와 무산됐다.

무산 이유에 대해 WP는 "펜스 부통령이 9일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전개 등 압박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낸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천안함 기념관에서 "비핵화는 변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북한이 테이블 위에 비핵화를 올려놓고 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취소배경에 대해 에이어스 부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북한은 펜스 부통령으로부터 부드러운 대북 메시지를 바라며 회담에 매달렸다"며 "이를 통해 올림픽 기간 그들의 선전에 국제무대를 활용하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북한과의 면담이 성사됐더라도 긴장완화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은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고,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