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측이 로힝야족 탄압을 이유로 서방의 압박과 제재가 이뤄질 경우 미얀마가 중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의 실현도 요원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치의 측근 윈 흐테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최고위원이 최근 서방 대사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로힝야족 문제로 서방이 미얀마를 압박할 경우 우리는 이웃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외세의 군사적 압박과 서방의 제재에 익숙한 나라"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5일 미얀마를 방문하기에 앞서 로힝야족 사태에 간섭하지 말라는 정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틸러슨은 지난달 "로힝야족 사태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미얀마 군부에 책임이 있다고 밝히며 제재를 암시했다.

그간 수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면서도 로힝야족 인권에 눈을 감아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 9월 연설에서도 로힝야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등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기도 했다.

윈 흐테인 등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수치는 현재 국제사회가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미얀마를 비판하고 있고, 내정간섭에 나서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 의회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군부에 대한 자산몰수, 여행금지 등의 제재가 이뤄질 경우 ‘친중국’의 길을 걷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수치 측은 전했다.

수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6일일 로힝야 사태 결의안을 채택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반대표를 던진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치는 아울러 로힝야족 사태보다는 헌법 개정을 통한 미얀마의 완전한 민주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선거를 통해 실권을 잡았지만 여전히 국방 등을 장악한 군부와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에서 서방의 제재는 수치에게 방해물로만 인식될 뿐이라고 측근들은 말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중국 뿐 아니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미얀마와 외교적 관계를 끊길 원치 않아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프라밀라 패튼 유엔 사무총장은 로힝야족 난민촌이 있는 방글라데시 난민촌을 방문한 뒤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정부군이 로힝야족 여성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집단 강간에 나선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