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계 대부로 불리는 윤홍근 제너시스 BBQ 회장이 또다시 가맹점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홍근 회장은 1995년 제너시스BBQ를 설립해 10여 년만에 가맹점 수 1000여 개를 돌파, 'BBQ 신화'를 일군 프랜차이즈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성공 이면에는 가맹주들과 수많은 마찰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3년에는 본사가 발행한 상품권을 정산하면서 수수료 10%를 가맹사업자에게 떠넘긴 사실도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00년, 2008년, 2011년에도 불공정행위가 적발돼 BBQ는 공정위의 단골 제재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최근 윤홍근 회장은 지난 5월 가맹점인 BBQ 봉은사역점 직원들에게 폭언을 한 것도 모자라 각종 불공정행위로 해당 점포를 폐업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5월 12일 윤홍근 회장이 여동생인 윤경주 제너시스 대표, 김칠성 부사장(퇴임), 운영팀장 등 본사 관계자 10여 명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BBQ 봉은사역점에 기습 방문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다짜고짜 2층에 있는 주방을 둘러보겠다는 윤홍근 회장을 가맹점 직원들이 제지하자 윤홍근 회장은 다짜고짜 "너 내가 누군지 알아? BBQ 회장이야"라고 소리 지르며, "이 XX 해고해. 이 매장 폐점시켜" 등의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

그동안 해당 가맹점은 계약 당시와 다른 예상 수익, 물류 문제 등으로 본사와 몇 차례 마찰을 빚은 상황이었다.

윤홍근 회장이 매장을 다녀간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 점포에는 유독 중량이 미달하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부실한 닭이 공급되는 일이 잦았다.

중량 문제가 지속되면서 배달도 중단했다.

더 이상 영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 가맹점주인 김인화(43)씨는 이달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 BBQ 봉은사역점의 문은 굳게 닫혀 있는 상태다.

매장에는 'BBQ 본사의 지속적인 불공정거래행위 및 갑질에 의해 다시는 저희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이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4일 이곳에서 만난 가맹점주 김인화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회사의 실수였다고 모든 것을 인정하더니 오늘 논란이 불거진 뒤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며 괘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본사가 우리 점포 직원들이 그날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았다, 직원이 본사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둥 꼬투리를 잡고 있다"며 "윤홍근 회장이 욕설하고 폐점시키라는 폭언을 한 것에 대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폼 미착용은 시정조치로 끝날 문제지, 욕설하고 폐점을 지시할 사유가 안 된다"며 "영업을 위한 지적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지만,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런 건 정당한 지적도 아니다"고 말했다.

본사가 제기한 직원 교육 미이수에 대해서는 "직원 두 명 중 한 명이 본사가 진행하는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 그건 지난 8월에 이미 제가 가기로 이야기가 됐던 부분이다.이제 와서 트집을 잡는 거다"고 반박했다.

김 씨에 따르면 윤홍근 회장의 욕설과 폭언에 대한 문제제기에 본사 측은 '(회장으로서) 그럴 수도 있는 부분'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씨는 "윤홍근 회장이 '나도 사람이다보니 욱해서 그런 것 같다'며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윤홍근 회장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법적 대응을 결심한 이유는 윤홍근 회장이 직접 사과를 거부한 채 대리인을 동원해 시늉뿐인 화해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사건 당일 윤홍근 회장이 자신의 욕설과 폭언에 대해 인정했고 직접 사과하라는 요구는 묵살했다.당시 김칠성 부사장이 대신 사과했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김 씨가 요구한 건 윤홍근 회장의 직접 사과와 제대로 된 물류 납품 단 두 가지였으나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았다.

김 씨는 기존에는 닭의 유통기한만 안 맞았고 중량은 맞았으나 사건 이후로는 중량까지 현저하게 줄어든 닭이 공급됐다며 본사의 보복 조치를 의심하고 있다.

김 씨는 "다들 본사 보복과 소송이 두려워서 쉽게 나서지 못하니까 내가 나선 거다.이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각 업종마다 가맹점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맹점주협의회가 있지만, 치킨업계에는 최근 최호식 전 회장의 성추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유일하다.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9월 출범했다.

치킨업계 가맹점주협의회 출범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BBQ 등 일부 프랜차이즈에서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협의회가 있었지만, 2008년을 전후해 본사 갑질에 대해 문제를 삼다가 본사의 소송과 보복에 시달리면서 생계곤란을 겪다가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주들은 새 정부가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 개선에 적극 나서자 어렵게 협의회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BBQ가 치킨 프랜차이즈의 불공정한 생태계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BBQ도 가맹점주들을 대표하는 'BBQ 마케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 이익을 보호하기보다 광고비 분담을 결정하는 등 본사 측 입장 가까운 점포들이 밀실에서 결정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폐점한 김 씨는 BBQ 본사 측에 '예상수익 허위제공, 부실 식자재 납품, 채무불이행 대표이사 갑질(매장 소란 및 영업방해)로 인해 가맹사업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계약해지통지서)을 보낸 상태다.

BBQ 사측의 폭언과 갑질 행위에 대해 14일 경찰에 고소했다.

윤홍근 회장의 가맹점 갑질 논란으로 인해 최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업계의 자정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사무국장은 "BBQ는 최근 자정안을 내놓기도 했는데, 가맹점은 사실 개인 재산인데 본사 회장이 점검한다고 나선 것은 명백한 갑질로 보인다"며 "BBQ처럼 큰 회사에서 유통기한 임박, 중량 문제 등 물류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점도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다른 가맹점도 마찬가지였다면 회사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할 것이고 봉은사역점만 그런 물건을 받았다면 의도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BBQ 본사 관계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날 여러 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