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 후유증 몸살 / 무리한 추진으로 기업 투자 위축 / 일자리 늘리려면 노동개혁 화급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현장 곳곳에서 노노(勞勞) 갈등이 가시화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공공기관의 채용은 국민적 수용이 가능한 합당한 절차의 공개경쟁 채용이 돼야 한다"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정규직 전환 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공개 전형 없이 수시 채용으로 협력업체에 입사한 비정규직 직원을 공사가 무조건 승계하는 것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나선 정부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규직화 1호 공공기관’에서 정부 정책이 노노 갈등의 역풍을 맞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자 정일영 사장은 즉석에서 연말까지 비정규직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화답했다.

인천공항공사뿐이 아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청년 정규직’ 1000여 명은 지난 7일 "(기존 정규직과) 합리적 차이가 있어야 한다"며 서울시의 정규직화 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7월 서울시가 연내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발표한 산하기관 무기계약직 2442명 중 1147명(47%)은 서울교통공사 소속이다.

앞서 교육부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은 임용절벽 사태를 우려한 교사 지망생 등의 반대로 지난 9월 무산된 적이 있다.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고도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일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시한을 정해 놓고 무슨 작전하듯이 밀어붙이면 반드시 후유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경영 악화와 노노 갈등 등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이로 인한 공기업의 부실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민간 기업 역시 정부 눈치를 보며 정규직화를 서두르고 있다.

경영 사정 등 경제적 요건보다 정치적 고려가 중시되면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기업 부담의 증가는 투자 위축과 일자리 축소를 부른다.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에 어긋나는 현상임에 틀림없다.

올해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20년이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은 지난 1일부터 한국 정부 등과 진행한 연례협의 결과를 어제 발표하면서 현재 성장세가 괜찮은 만큼 정규직 유연성 확대를 포함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시장 정책의 근간으로 유연안정성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IMF 미션단은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나서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력 제고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을 권고했다.

정부는 IMF의 고언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경제문제를 경제적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재단하기 시작하면 국가경제는 위험에 처한다.

정부는 경제성장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