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7박8일간 이어진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신남방정책’의 본격 시동, 북한문제 평화해결 지지확보,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10일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하고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12~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3개의 정상회의에 잇달아 참석했다.

그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6번의 정상회담을 소화하며 숨가쁜 일정을 이어갔다.

사드 봉인·한중관계 정상화…"좋은 시작"·"새로운 지평" 무엇보다 순방기간 중국 권력서열 1·2위인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와의 연쇄회담을 통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봉인’하고 양국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건 것이 중요 성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도 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 리 총리와의 연쇄회담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성과가 있었다"며 "중국과 한국, 양국 간에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새로운 출발을 합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회동에서 국내기업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규제 철회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측의 ‘사드보복’ 전면철회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요청 자체가 지난달 31일 관계개선 합의 후 급격히 호전된 양국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각각의 회담에서 시 주석은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 리 총리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발언으로 호전된 양국 관계를 함축해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2월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키로 해 양국 관계 정상화에 가속도를 붙인다.

신남방정책 시동 "아세안 관계 4대국 수준으로" 문 대통령은 순방기간 자신의 대아세안 정책 ‘신남방정책’을 제시했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과 인도 등과의 교류와 협력을 한반도 주변 미·중·일·러 4강국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지금의 중국과의 교역수준인 2000억달러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등 10개 동남아국가 연합체로 인구는 6억4000만, 국내총생산(GDP) 2조5000억달러의 거대시장이다.

매해 5~6%의 성장을 이어가는 ‘기회의 땅’이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의 접근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아세안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4대국 수준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그리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필리핀에서는 그 구체적 밑그림이 담긴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발표했다.

미래공동체 구상은 아세안과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 공동체’가 목표다.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 ‘사람이 먼저다’와 아세안의 ‘사람 중심·사람 지향’ 가치의 공통점을 토대로 ▲사람(People) 중심의 국민외교 ▲국민이 안전한 평화(Peace) 공동체 ▲더불어 잘사는 상생 협력(Prosperity) 등 이른바 ‘3P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막대한 공공개발원조(ODA)를 기반으로 아세안을 공략중인 중국, 일본과는 차별화되는 일종의 ‘소프트파워’ 전략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쩐 다이 베트남 국가주석,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구상을 설명하고 지지를 얻어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의 관계를 대폭 강화하기 위한 신남방정책을 천명했고, 그에 대한 아세안 각국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아세안 회원국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고 내년 초 인도를 방문해 신남방정책을 꾸준히 추진해나갈 각오다.

‘북핵 평화적해결’ 지지확보…평창동계올림픽 홍보 박차 문 대통령이 순방기간 북핵 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아세안 정상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낸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아세안 국가들 대부분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안보·전략적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문 대통령은 일련의 정상회의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해내기 위한 강력한 외교적 제재와 압박 필요성을강조했다.

그 결과 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채택한 각각의 의장 성명에 ▲북한 도발 중단 및 대화 재개에 유리한 여건조성 강력 촉구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구축을 향한 남북관계 개선 이니셔티브 지지 명시 등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선언문에 상당부분 녹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평창올림픽 홍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문 대통령이 참석한 거의 모든 회의에서 평창올림픽은 빠지지 않는 이슈였다.

우리 정부가 주최한 행사에는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항상 등장했다.

한 베트남 여행업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동남아인들에게 눈과 겨울은 현실 그 이상"이라며 "한국의 아름다운 설경을 강조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남아시아를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의 기자단 숙소에서 순방 성과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