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중학생 딸 친구 살해, 용인 일가족 피살 사건, 배우 송선미씨 남편 청부살인에 윤송이 사장 부친 살해 사건까지. 최근 잔혹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돈이나 뒤틀린 성욕 등 범행 동기는 다르지만, 대부분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범죄였다.

이 같은 인면수심의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지만 한편 ‘누구도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 편의 범죄영화를 방불케 하는 배우 송선미씨 남편 고모(44)씨 살인사건은 600억원 대 재산을 놓고 분쟁하던 사촌이 배후에 있었다.

지난 8월 대낮에 서울 강남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고씨의 외종사촌 곽모(38)씨가 지인인 조모(28)씨에게 살인을 청부한 결과였다.

곽씨는 조씨에게 "고씨를 살해하면 20억원과 변호사비를 주고 가족을 돌봐주겠다"고 제안했고, 조씨는 ‘곽씨와의 민사소송 등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겠다’며 고씨에게 접근해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에 붙잡힌 조씨는 "정보를 주는 대가로 2억을 받기로 했지만 1000만원만 줘서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거짓 진술을 했고, 우발적 살인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검찰이 조씨와 곽씨의 휴대전화, 노트북을 분석해 청부살인 증거를 발견하면서 이들의 계획적인 범행이 드러났다.

조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흥신소’, ‘조선족 청부살인’, ‘암살법’, 영화 ‘신세계’ 등을 검색하고 곽씨도 역시 살인 발생 직후 ‘살인교사죄’, ‘우발적 살인’ 등을 찾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9월30일, 중학생 딸의 친구를 집에서 성추행하고 목졸라 숨지게 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수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영학은 자신의 변태적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여중생 A양을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A양이 잠에서 깨어나자 젖은 수건을 얼굴에 덮고 수건과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영학이 아내인 최모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와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는 딸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후원금을 유흥비에 쓰는 등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중이다.

그가 희귀병에 걸린 딸을 위해서 열심히 모금활동을 하면서 ‘어금니 아빠’로 수차례 언론에 소개됐던 인물이었기에,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나 이영학의 본모습은 사람들의 큰 분노를 샀다.

지난달 21일 경기도 용인에서는 장남 김모(35)씨가 아내 정모(32)씨와 사전에 범행을 공모하고 어머니 A(55)씨와 이부(異父) 동생 B(14)군, 계부 C(57)씨를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한 사건도 발생했다.

부부는 범행 후 이틀 뒤인 23일 두 딸(2세·7개월)과 뉴질랜드로 도피했고, 정씨는 김씨가 과거 절도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되자 지난 1일 아이들을 데리고 자진 귀국했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평소 남편이 가족들을 살해하겠다는 얘기를 자주 해 농담하는 줄 알았다"며 사전에 범행을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하다가 "범행 당일 사건 사실을 전해 들었다"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25일에는 경기 양평에서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 피살사건이 일어났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지난 3일 윤 사장의 부친 윤모(68)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허모(41)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결과 허씨는 이날 오후 3시쯤 두 차례 범행 현장을 다녀온 뒤 오후 5시10분쯤 현장 주변에 차량을 주차하고 대기하고 있다가 오후 7시25분쯤 귀가하는 윤씨를 마나자마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윤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의 ‘2016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 같은 살인범죄는 총 914건(기수 356건·미수 558건)건이 발생했다.

지난 한 해 검거된 살인 범죄자는 995명(기수 379명·미수 616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2012∼2016년까지 살인범죄 분석 결과 살인기수 발생·검거 건수는 2013년 다소 감소한 이후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수 등의 발생·검거 건수 역시 큰 폭의 변화 없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흉폭한 강력범죄 등이 발생하면 ‘우리 사회가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통계청의 ‘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 사회의 안전상태를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험해짐’이라고 응답한 이가 50.1%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우리 사회가 점점 위험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변화없다’는 응답은 37.9%를 기록했다.

2016년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는 ‘범죄발생(29.7%)’이 꼽혔는데,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10.2%포인트 증가한 수치였다.

2014년에는 인재(人災)가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최근 발생한 잔혹범죄와 관련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원하는 시민들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수원에서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자녀를 둔 주부 임모(37)씨는 "최근 ‘어금니 아빠’ 사건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하지만 초동대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찰의 부실수사가 더 큰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임씨는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심심찮게 경찰의 부실수사 이야기가 함께 거론된다"며 "대부분의 경찰들이 헌신·희생하고 있겠지만,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경찰이 되려면 ‘초동대치 미흡’, ‘부실수사’라는 꼬리표를 더 이상 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정모(30)씨는 "언젠가부터 청부살인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새롭지 않게 됐다"며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청부살인에 대해 공권력이 사전 차단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국민 입장에서 이런 무서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도록 경찰 수사 능력이 더욱 발전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김선영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