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주민, 한수원 봉쇄 반발 / 비상임이사 7명 실랑이 끝 발길 돌려 / 주민 400여명도 본사 앞에서 집회 / “원전 건설 중단 결정 땐 고소도 불사” / 탈원전 찬반 팽팽… 후유증 심할 듯신고리 5·6호기를 둘러싼 탈(脫)원전 찬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향후 이사회의 결정이나 국무조정실이 추진하는 원전 건설 중단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도 양측 모두의 승복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노조·주민 집회에 이사회 무산13일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는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수원 노조는 오후 3시로 예정된 이사회를 앞두고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이사회가 열릴 11층 회의실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본사와 한울·한빛·월성·고리원자력본부 소속 노조원 150여명은 이사진의 이사회 참석을 막기 위해 본관 주출입문과 지하 출입구, 2층 출입문, 엘리베이터 등을 지켰다.

건물 안팎에는 ‘대책 없는 탈원전정책 즉각 포기하라’ 등 공사중단을 반대하는 플래카드와 피켓이 곳곳에 내걸렸다.

김병기 노조위원장은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을 일부 환경단체의 요구만 듣고 졸속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독일도 20여년간 전문가들이 검토해 결정했는데, 비전문가가 3개월 만에 에너지정책을 결정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수원 내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10개 중대 800여명이 배치됐다.

버스 9개에 나눠탄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 380여명도 오전 8시30분쯤 한수원에 도착했다.

이들은 정문 앞에서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상대 군민대책위원장은 "절대 공사중단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30여명은 이관섭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관 건물에 들어오려다 이를 막으려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본관 옆 한 건물에서 울주군 주민 대표 등을 만나 "정부 방침에 따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 우리 기본 입장"이라며 "만약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주민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사회를 위해 한수원을 찾은 비상임이사들은 노조의 반발로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조원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사반대’, ‘절대 못 들어갑니다’를 거듭 외쳤다.

노조와 주민들은 앞으로 이사회가 원전 건설 중단을 결정하면 이들을 고소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대국민 홍보, 국회 방문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론화 자체를 막겠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 비용 부담 커질 것’ VS ‘장기적인 에너지 대책 수립에 도움’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당장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가 마땅치 않아 결국 공급 부족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는 "후쿠시마 사고를 경험한 일본은 한때 LNG(액화천연가스)를 늘렸지만 가격이 비싸고 이산화탄소도 많이 나와 다시 원전을 늘린다"며 "탈원전 나라는 독일과 스위스, 대만 등 일부에 불과하고 미국과 프랑스, 일본, 영국, 러시아, 중국 등은 원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찬성 쪽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원전을 당장 해체하는 것이 미래비용을 줄이고 장기적인 에너지 대책 수립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안재훈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신고리 5·6호기 허가 당시 지진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등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며 "5·6호기까지 들어서면 우리나라는 원전 9개의 밀집지역으로 세계에서 유례 없는 규모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수원은 경북 영덕에 건설 예정인 천지 원전 1·2호기의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지난달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공사 일시 중단을 추진 중인 신고리 5·6호기와 지난 5월 설계용역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까지 총 6기의 신규 원전이 ‘올스톱’되는 상황을 맞았다.

향후 천지 1·2호기 건설이 백지화하면 한수원은 부지 매입비용 등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