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대전 이지은 기자] "은퇴 투어요? 멋있어요."11일 오후 6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마운드 위에 올랐다.

바로 KBO 최초 은퇴투어의 주인공 이승엽(41·삼성)이었다.

양 팀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전설의 작별 인사에 박수로 화답했다.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배영수는 벗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2군에서 한달음에 달려왔고, 한화의 레전드 투수 송진우 역시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아 후배의 앞날을 축복했다.

#정근우 "멋있는 은퇴를 꿈꾸는 동기부여가 되죠"자신의 안방에서 치러지는 전례 없는 행사를 홈팀 선수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화의 내야수 정근우는 이미 전날 만난 이승엽에게 "이제 은퇴투어 시작이냐. 그동안 고생했다.끝까지 마무리 잘해라"라는 덕담을 마친 뒤였다.

"소속팀에서 같이 뛰어본 건 아니지만 KBO의 전설 아닌가"라고 이승엽을 설명한 정근우는 "어렸을 적 TV에서 보던 선배와 같이 뛴 것만으로도 영광이다.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합작했던 베이징 올림픽을 잊지 못할 것 같다"라며 추억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런 정근우에게 이승엽의 은퇴투어는 일종의 자극제 역할도 했다.

"자신이 은퇴 시기를 스스로 정하고 그때 은퇴를 할 수 있다는 건 선수로서는 정말 축복받은 것이다.이번을 계기로 해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멋있는 은퇴를 꿈꾸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비야누에바 "진정한 레전드라 부를 수 있는 선수예요"메이저리그에서의 긴 커리어를 자랑하는 한화의 투타 외인들에게 은퇴투어는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장소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대응 방식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외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이날 자신의 첫 타석에 들어가기 전 헬멧을 벗고 3루 더그아웃에 있던 이승엽에게 인사했다.

이날 선발이었던 외인 투수 비야누에바는 "나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정말 사랑한다.그런 야구를 한국에서 발전하도록 기여한 이승엽과 함께한 것은 큰 영광이었다.그는 겸손하고 친절하며 리그 전체 선수, 코치, 팬들을 존중할 줄 아는 선수다.레전드의 진정한 의미를 지닌 선수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승엽의 유니폼에 직접 사인을 받은 사연까지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장원삼 "새삼 대스타 같네"사실 이 날 행사를 앞두고 대전의 하늘에서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결국 행사 시작 30분 전에서야 가까스로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비에 젖은 경기장을 정비하기 위해 한화의 직원들이 분주히 오갔다.

그러자 전날보다 더 많은 방송 카메라들이 이승엽의 동선을 뒤쫓기 위해 함께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왔다.

6년 동안 한솥밥을 먹어온 같은 팀 선수에게도 이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외야 한 편에서 몸을 푼 뒤 라커룸으로 돌아오던 장원삼은 "새삼 느끼게 된다.진짜 대스타인가 보다"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구자욱 "더 멋있게 보내드리는 게 우리의 몫입니다"구자욱의 눈에 비친 대선배의 뒷모습은 그저 멋질 뿐이었다.

"선배님은 3년차에 리그 MVP까지 탔던 분 아닌가. 나와의 공통점은 같은 팀의 좌타자라는 것 뿐이다.'포스트 이승엽'이라는 호칭은 너무 과분하다"라며 손사래를 치던 구자욱은 "미국에서 은퇴투어는 이미 일반적이지 않나. 당연히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배님은 충분히 더 할 수 있다.우리로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본인 마음을 먼저 먹었다는 게 멋있는 것이다.팀 사정이 좋지 않지만, 이런 상황에서 더 멋있게 보내드리는 게 우리의 몫이다"라는 게 구자욱이 대변한 삼성 후배들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