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비가 온 뒤 땅이 굳는다.

하지만 그 땅을 그냥 방치하면 섞은 땅이 된다.

땅을 일구고,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씨앗을 심어 가꿔야 한다.

한국 축구가 그렇다.

한국 축구는 허리케인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폭풍우가 휩쓸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개막인 2018년 6월14일까지 남은 시간은 약 9개월. 정확하게 281일의 시간이 남았다.

환골탈태만가 불가능하다면 본선에서도 희망은 없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의 역사를 썼다.

이는 월드컵 본선에 9회 연속 진출은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가운데 세계 여섯 번째 대기록이다.

브라질을 포함해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이 앞서 9회 연속 본선에 올랐다.

여기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 월드컵 본선 최다 연속 출전 기록도 다시 썼다.

분명히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페이지를 작성했지만,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는 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남겼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경질되는 혼란 속에 신태용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주먹구구식 행정 처리로 혼란을 가중했다.

대표팀은 A조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전술적인 발전은커녕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선수 개개인의 활약도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잔디 타령과 실언 논란으로 팬들과 등을 돌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러시아 시베리아 벌판을 누비기 위해서는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신 감독의 몫이 크다.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는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강점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령 손흥민(토트넘)을 예로 들 수 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톱 클래스 선수에 꼽힌다.

지난 시즌 유일하게 EPL 선정 ‘이달의 선수’로 꼽혔고, 아시아 선수 보유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강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든 손흥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대표팀에만 합류하면 유독 작아진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도 때문인지, 개인의 부담감이 크기 때문인지, 아니면 전술적으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는지 철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표팀의 계륵인 김신욱(전북) 남태희(레퀴야) 김보경(가시와) 등도 충분히 활용도가 큰 선수들이다.

그러나 대표팀에선 이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엔트리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의미가 없다.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랜B, C, D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협회의 노력도 절실하다.

현재 10, 11월 평가전과 12월 동아시안컵이 일본에서 열린다.

10월은 유럽파를 중심으로 원정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다.

최대한 강팀으로 평가받은 유럽, 남미 국가와의 평가전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신 감독을 향해 최대한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만큼 스폰서 계약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대표팀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최대한이 필요하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러시아 월드컵 잔디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항상 최악의 상태에 대비한 자세가 필요하다.

최악의 잔디를 극복할 수 있는 발목 힘을 기르고, 정확한 패스, 날카로운 드리블, 매서운 슈팅 등은 누가 만들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으로 스스로 기량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럴 의지도, 자신감도 없다면 당장 대표팀에서 은퇴하길 바란다.

그것이 한국 축구를 위한 길이다.

한국 축구는 벼랑 끝에 몰렸다.

뒷걸음질은 추락을 의미한다.

환골탈태만이 한국 축구의 반전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