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변단체’ 동원 여론조작 의혹 확산 / 학부모단체에 먼저 연락 해와 / 의견서 보낼 장소·방법 등 주문 / 최종 접수날 직원 대기시키기도 / 진상조사위, 20일 3차 회의 열어박근혜정부 당시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견수렴 과정에서 학부모단체들에 먼저 연락해 찬성 의견서를 보낼 장소와 방법 등을 주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교육부가 친정부 성향의 ‘관변단체’를 동원해 국정화 여론조작에 나섰다는 의혹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행정예고 기간에 교육부에서 연락이 와서 ‘이런 활동(찬성 의견서 취합) 하십니까?’라고 묻고 ‘서명받은 거 있으면 퀵서비스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국정화 찬성 서명을 받으러 다닌 걸 어떻게 알음알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교육부에서 몇 차례 연락이 와서 ‘왜 당신에게 일일 업무보고하듯 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좋은학교만들기는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발행 체제를 국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행정예고를 한 2015년 11월에 국정화 찬성 의견서를 무더기로 보내는 등 여론조작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받는 학부모단체다.

이 단체는 교육부의 ‘찾아가는 학부모 인식개선 교육 사업’으로 2015∼2016년 2년간 1700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교육부 문서 보관실에 보관 중인 찬반 의견서 일부를 분석한 결과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 의견 제출자 4374명 중 1613명이 좋은학교만들기 사무실 주소를 기재했다고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검찰에 이 단체 등 국정화 여론조작 의혹 관련자들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좋은학교만들기 관계자는 "우리가 만든 서명지에는 주소를 쓰는 란이 없었다"며 "교육부가 의견서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형식 요건에 안 맞으니까 누군가가 퀵 발송지인 우리 단체 주소를 쓴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시 연락을 해온 교육부 관계자에 대해서는 "무슨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되는 팀이었는데 사무관이었는지 연구사였는지 정확한 직책과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국정화 진상조사위는 찬반 의견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김모 학교정책실장(퇴직)이 의견접수 마지막 날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직원들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도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과 좋은학교만들기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견수렴 과정에 교육부 관계자들이 깊숙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진상조사위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 등이 드러나면 교육부에 관련자들의 신분상 조치를 요청하기로 했다.

국정화 진상조사위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3차 정기회의를 열어 국정교과서 정책 홍보비 등에 대한 조사 계획을 논의한다고 19일 밝혔다.

국정화 여론조작과 관변단체 운영 의혹이 이는 만큼 예비비 지출 등의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