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대행체제를 유지키로 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어제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달 18일 헌재재판관들이 김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계속 이행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김 대행체제 유지의 배경으로 들었다.

기한에 대해서는 "헌재소장 임기문제를 국회가 정리할 때까지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같은 청와대 설명이 헌법정신을 충분히 지키는 것인지,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분립 정신을 이행하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 111조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헌법을 지키려면 김 대행 외 재판관 가운데 1명을 지명해 국회동의를 거쳐 임명하면 된다.

그 길을 두고 대행체제로 가는 것은 다른 재판관들이 현 정부의 국정철학 코드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낙마한 이유정 전 재판관 후보자의 후임을 소장으로 임명해 국회 동의를 받는 방법도 있다.

국민의당 같은 야당에서 요구하는 방식이다.

대안으로 부족하지 않는데도 회피하는 것은 후보자를 물색하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여소야대인 국회동의 절차를 우선 피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헌재소장의 임기는 관행적으로 헌법재판관의 잔여 임기 동안 만이다.

1월에 퇴임한 박한철 전 소장이 그랬고 김 대행을 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도 재판관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 소장을 맡는 것으로 정리한 바 있다.

그런데도 임기 정리 문제를 조건으로 내걸어 김 대행체제를 강행하는 것은 견강부회에 가깝다.

청와대가 김 대행체제의 기한을 ‘당분간’이라고 표현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당분간은 사전적 의미로 잠시 동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청와대 브리핑과 달리 김 대행이 내년 9월까지 소장직을 대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헌재는 지난 1월 박한철 소장 퇴임 뒤 줄곧 대행체제다.

김 대행 임기인 내년 9월까지 간다면 장장 1년8개월을 대행체제로 유지하게 된다.

헌재는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다.

헌법 정신에 충실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헌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대통령이 조속히 존경받는 법조인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는 게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