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유리정원’ 주연 맡은 문근영 / 상처 받고 스스로 고립된 과학자役 / “출연작 들고 BIFF 첫 나들이 영광”"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부터 여주인공 재연에게 깊은 끌림을 느꼈어요. 그가 가진 아픔 때문일 수도 있지만, 훼손되어가는 순수함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그의 욕망이 출연을 결정하는 데 가장 강렬한 매력으로 작용했어요."12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만난 문근영은 "제대로 표현해내야겠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구상했던 대로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급성구획증후군으로 네 차례 수술을 받으며 활동을 중단했던 문근영은 건강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반가움을 더했다.

"부산영화제에 몇 차례 참석한 적은 있지만 제 영화를 가지고, 더군다나 개막작으로 초청 받아 오기는 처음입니다.아시아에서 제일 큰 영화제이고,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이런 큰 자리에서 제가 주연을 맡은 영화를 선보이게 돼 영광입니다." 문근영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유리정원’에서 자신의 신념에 의해 미쳐가는 과학자 재연 역을 연기했다.

‘유리정원’은 ‘마돈나’, ‘명왕성’ 등으로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감각적 연출력을 인정받은 신수원 감독의 새영화다.

신 감독은 "영화감독이 되기 전 소설을 쓰곤 했는데, 그때의 고민을 영화로 풀어 본 것"이라며 "한 소설가가 상처입은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표절하는 내용이었으나 당시 영화 ‘마돈나’를 찍게 되는 바람에 접었던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흔히 ‘식물인간’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게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꿈과 이상이 짓밟힌 여자를 나무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이야기를 쉽게 풀기 위해 여주인공을 과학자로 정한 겁니다." 신 감독은 회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블랙리스트로 문화 예술인을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상식적 행위입니다.어떤 일이 있어도 표현의 자유를 막아서는 안 돼요. 앞으로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유리정원’은 버림받고 상처를 입은 채 숲속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간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문근영이 다리에 장애를 가진 주인공 재연 역을, 김태훈이 재연을 훔쳐보며 신작을 집필하는 소설가 지훈 역을 맡았다.

서태화가 재연의 연인이자 성공과 욕망에 사로잡힌 정교수, 박지수가 재연의 모든 것을 빼앗는 후배 수희 역으로 나온다.

25일 국내 일반 상영관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