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난 역시 연습을 많이 해야 해."두산 외야수 민병헌(31)은 NC와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던 중, 취재진에 이렇게 자책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민병헌은 리그에서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한 선수다.

휴일에도 운동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참을 수 없는 성격이다.

특히, 타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릴 때까지 몇 번이고 방망이를 잡는다.

이런 민병헌을 두고 동료들은 "연습을 많이 한 다음 날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더라도, 다시 연습에 나선다.지독한 연습 벌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민병헌이 자책은 ‘잘 나가는’ 동료들 때문이었다.

두산은 지난 21일 끝난 플레이오프에서 가공할 화력을 자랑하며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1차전 5득점(9안타 4볼넷), 2차전 17득점(15안타 8사사구), 3차전 14득점(13안타 11사사구), 4차전 14득점(17안타 8사사구) 등 4연전 동안 54안타 31사사구로 무려 50점을 올렸다.

그러나 민병헌은 두산의 화력의 중심에 서 있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이 0.250(20타수 5안타)에 머물렀다.

3차전에서 만루포를 터뜨리면서 승리의 주역이 됐지만, 민병헌의 이름값에 썩 못 미친 성적이다.

민병헌은 부진의 원인을 연습량 부족에서 찾았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나는 보조 역할에 불과하다.동료들이 너무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정말 부족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난겨울 아픈 곳도 있었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나가느라, 많은 연습 대신 회복에 초점을 둔 게 사실이다.결국 휴식은 내게 안 맞는 것 같다.무조건 많이 해야 했는데, 역시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헌은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여전히 팀의 키 플레이어다.

팀의 부동의 톱타자 역할을 맡은 그는 올해 KIA전 16경기에서 타율 0.397(63타수 25안타)에 2홈런 12타점의 맹타를 휘둘러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 두산이 8승 1무 7패로 우위를 점하게 한 일등공신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민병헌이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지만. 공·수·주에 능한 그가 살아야 팀 전체가 산다는 믿음이 여전하다.

흔히 단기전은 톱타자 싸움이라고 한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서 선취득점으로 주도권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두산의 경우, 1번 타자 민병헌의 출루 여부는 한껏 달아오른 중심 타선의 화력과 직결된다.

플레이오프는 끝났고, 무대와 상대가 바뀌었다.

자책한 민병헌의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그려질까. 민병헌의 가을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