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벤치파카(롱패딩) 품절이에요. 오늘 주문하면 12월 초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찾아오면서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롱패딩은 운동선수들이 벤치에 앉아서 쉴 때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입는 옷으로 '벤치파카'로도 불린다.

보온성과 맵시를 살린 디자인으로 지난해부터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8일 올해 마지막 정기세일에 돌입한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아웃도어·스포츠브랜드 매장에는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로 30만 원대 후반에서 100만 원대까지 고가 제품이지만, '완판'됐다.

학부모들은 비싼 가격에 큰 부담을 느끼면서도 "반 친구들이 모두 입었다"는 자식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제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 '없어서 못 판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롱패딩 판매 날개…품절 대란롱패딩 열풍에 일부 브랜드 제품은 벌써 품귀현상까지 보이고 있었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 점원은 "날씨가 추워져서 롱패딩을 찾는 고객이 많다.앞에 걸어놓자마자 팔려나가서 지금 구매하면 받을 때까지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이 매장을 찾은 학부모는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했다.

학부모는 "아이가 23일 수능을 보는데 날이 부쩍 추워져서 컨디션 유지를 위해 따뜻한 롱패딩을 사러왔다"며 "검정색을 원하는데 흰색밖에 안 남았고, 사이즈도 없어서 못 샀다"고 아쉬워했다.

롱패딩을 앞에 걸어놓은 매장에는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매장 한쪽에는 고객들이 예약 주문한 포장 상태의 롱패딩이 쌓여 있었다.

상대적으로 롱패딩을 출시하지 않은 매장은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블랙야크는 야크벤치다운자켓과 롯지벤치패딩자켓이 70%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 중이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롱패딩 인기에 힘입어 지난 12일 일매출 56억 원을 기록,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이상 상승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부 인기 색상은 90%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해 품귀현상 조짐을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매장 점원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롱패딩 대란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제품을 입어보고 내려놓자마자 다른 사람이 집어가는 통에 하나 남은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옥신각신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100만 원 호가 고가제품도…학부모 가격부담에 '한숨' 브랜드 롱패딩은 보통 가격대가 30만 원 후반대에서 100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까지 있다.

일부 브랜드 제품의 가격대를 살펴본 결과 충전재인 구스다운의 품질과 함량, 기능성 원단 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K2의 도심형 야상 패딩인 '고스트(GHOST) 롱'은 61만9000원, 아이더의 '캄피로 리미티드 고어 윈드스토퍼 다운'은 85만 원, 코오롱스포츠의 '여성 실버폭스 쉘러 울 다운자켓(노밸라)' 120만 원으로 고가 제품도 상당했다.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빠른 속도로 품절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상에는 '가성비 갑(甲)'으로 입소문 나면서 전량 품절 사태를 맞은 '평창 롱패딩'의 판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평창 롱패딩'을 판매하는 롯데백화점에는 이날 판매가 완료됐다는 안내 공지가 붙어 있었다.

평창 롱패딩은 거위털 충전재(솜털 80%, 깃털 20%)를 사용, 30만 원 후반대인 유명브랜드 제품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절반이상 저렴한 14만9000원이기 때문에 올 겨울 최대 유행 아이템으로 부상한 상태다.

롱패딩은 지난해부터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비싼 가격으로 부모 등골을 휘게 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등극했다.

롱패딩은 긴 패딩 트렌드와 한파가 맞물리면서 비싼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고등학생 서 모 군(18)은 "오늘 39만9000원짜리 롱패딩을 봤는데 학교에서 안 입는 친구들이 없어서 부모님께 사달라고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면서 일부 매장은 현재 수험생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 정기 세일과 맞물려 최대 4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싸다는 반응이다.

학부모들은 비싼 가격에 큰 부담을 느끼면서도 대부분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이 모 씨는 "겉옷 한 개에 40만 원을 쓰는 건 사실 부담스럽다"면서도 "학교나 학원 친구들이 다 유명 브랜드 롱패딩을 입는다고 하니까 또래들 사이에서 내 아이가 뒤처질까봐 안 사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롱패딩 열풍에 일부 브랜드 아이돌 마케팅 눈살, 과도한 상술 지적도일부 브랜드들은 과도한 아이돌 마케팅으로 학부모들의 등골을 더욱 휘게 한다는 지적이다.

아이더와 케이스위스는 워너원 마케팅을 펴고 있다.

블랙야크는 뉴이스트W, 다이나핏은 세븐틴을 모델로 기용했다.

이들 브랜드는 일정 금액 구매 시 브로마이드나 관련 굿즈 및 팬 사인회 응모권을 증정하는 등 팬덤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력이 없는 10대 청소년 팬덤을 겨냥한 아이돌 마케팅으로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 아이돌을 앞세운 고가 롱패딩에 학부모들의 한숨도 더욱 길어지고 있다.

아이더의 경우 자사 제품을 구매한 고객 대상으로 팬 사인회 응모권을 제공했다.

워너원 팬 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 아이더 롱패딩 제품을 구매한 김 모 양(17)은 "학생 신분으로 큰돈을 썼는데 팬 사인회 초대도 아니고 응모권을 준다니 지난친 상술 같다"면서도 "응모권을 더 얻어서 당첨 기회를 높이기 위해 추가 구매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이 광고하는 한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김 모 씨는 "아이가 아이돌 팬이라서 사주려고 왔는데 팬 사인회 초대권도 아니고 결제금액 기준 5만 원당 응모권 1장이라니 상술이 지나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방송에서 롱패딩을 착용하고 나오면서 청소년들도 모방하기 시작했다"며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비싼 광고 모델료를 지불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