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는 푸에르토리코의 유망주 로베르토 클레멘테와 1만달러에 계약했다.

당시 룰에 따르면 4000달러 이상을 받고 입단한 선수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하면 드래프트 대상이 됐다.

뛰어난 흑인과 히스패닉 선수가 많았던 다저스는 그를 메이저리그에 올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트리플A로 보냈다.

다저스는 룰5 드래프트로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클레멘테를 철저하게 숨겼다.

마이너리그에서 이상한 기용이 계속되면서 다저스의 속내를 알지 못했던 클레멘테는 상처를 받았다.

삼진을 당한 다음날에는 경기에 나섰고, 맹타를 휘두른 다음날에는 벤치를 지켰다.

1회 만루의 기회에서 대타와 교체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다저스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다저스 출신인 브랜치 리키가 단장으로 있었던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룰5 드래프트에서 클레멘테를 지명했다.

나중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최고의 외야수를 다저스가 피츠버그에게 빼앗긴 것이다.

룰5 드래프트는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시즌 연례 드래프트다.

이 제도를 통한 선수 이동이 메이저리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뛰어난 선수들은 대부분 소속 구단이 보호하기 때문이다.

데려가는 쪽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시켜야 하는 부담 때문에 확신이 없다면 지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간혹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나오는데 1987년 아메리칸리그 MVP 조지 벨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드물지만 나중에 빛을 보는 선수가 있기 때문에 각 구단은 시즌이 끝난 뒤 11월 룰5 드래프트에서 다른 팀들이 유망 선수를 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쓴다.

자기 팀에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활용 가능한 자산의 확보를 위해 지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플로리다 말린스가 요한 산타나를 지명한 뒤 바로 미네소타 트윈스에 트레이드 한 것 같은 경우다.

룰5 드래프트에 해당하는 KBO리그의 제도가 2차 드래프트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KBO 2차 드래프트가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다.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는 1~2년 차 선수를 지명 대상에서 제외하며 한 구단에서 지명할 수 있는 선수도 5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대신 군 보류 선수는 자동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좋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그리고 지키기 위한 치열한 머리 싸움이 벌어진다.

KBO의 2차 드래프트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NC 이재학이다.

NC는 2011년 11월 열린 2012년 2차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두산 투수 이재학을 지명했다.

이재학은 이듬해 퓨처스리그 MVP로 돋보이더니 2013년 1군 무대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뛰어난 활약으로 신인왕에 올랐다.

두산에 입단해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팔꿈치 부상까지 겹쳐 보호선수에 들지 못했지만 환경이 달라지고 기회가 주어지면서 달라졌다.

리그의 선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잠재력을 갖춘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지만 문제점도 있다.

선수를 지명한 팀은 이듬해 시즌 전체 동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두거나 지불했던 돈의 절반만을 받고 원래 팀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룰5 드래프트와 달리 KBO의 2차 지명은 데려온 선수를 1군에서 써야 하는 의무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군 무대를 밟는 것이 꿈인 많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만큼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