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은 둥글다.

둥근 공은 정확하게 차지 않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지금 우리 축구가 그렇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 팀 중 우리나라는 FIFA 랭킹으로 뒤에서 두 번째다.

랭킹이 절대적 실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더라도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예선 성적은 랭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워낙 답답하고 아쉬운 경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감독도 바꿔보았지만 걱정하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는 4위에 오르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아시아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17년 한국 축구는 월드컵 예선전을 간신히 통과하였고, FIFA 랭킹은 중국에도 뒤처지는 수모를 당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여 축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수 아래 중국에까지 밀렸다는 사실에 기록이 그리 자랑스럽게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 축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나름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21년 최초로 전국축구대회가 열렸다.

이름하여 ‘제1회 전조선 축구대회’다.

18개 팀으로 시작한 축구대회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우후죽순 축구대회가 열리더니 1926년부터는 조선축구팀의 명성이 해외에 알려져 해외원정경기에 나섰고, 외국팀들의 방문도 잦아졌다.

특히 1929년부터 시작되어 경성(京城)축구팀과 평양(平壤)축구팀이 장소를 바꾸어가며 치렀던 ‘경평(京平)축구대회’는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민족이 하나 되는데 기여했다.

축구를 독려했던 일본은 1941년 민족정신을 고취시킨다는 이유로 축구협회를 강제해산시키고 축구 경기를 일체 금지했다.

그러나 축구는 암울했던 시절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주었다.

수많은 스포츠 경기 중 월드컵만큼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경기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력과 축구 실력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스포츠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일부 강대국이 메달을 싹쓸이하고 있지만 월드컵만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32년 만에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중국은 수년 동안 축구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시아를 넘지 못한다.

세계무대에 설 정도는 아니라서 이번에도 중국은 월드컵 본선진출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월드컵은 약소국도 국제무대에 우뚝 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구인의 축제다.

신기에 가까운 축구기술을 선보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은 남미 국가이며, 유럽의 축구강국 스페인, 포르투갈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선진국은 아니다.

매번 이변이 속출하는 것이 월드컵인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국가들을 보면 의외의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축구 강국 이탈리아가 60년 만에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고, 네덜란드도 탈락 했다.

축구 강국들이 약팀으로 평가되는 나라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세계인들을 더욱 TV 앞에 모여 열광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새삼 축구공이 둥글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축구 강국은 리그가 활성화되고 유소년축구가 자리 잡은 나라다.

유럽 축구가 세계 제일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축제를 하듯 관중이 빽빽이 들어찬 경기장을 볼 수 있고, 가족들이 함께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TV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K리그도 그렇게 많은 관중의 사랑을 받으며 경기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우리 축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준비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과거에 안주하는 자는 뒤쳐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월드컵 4위 이후 꾸준한 결과를 내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협회는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하고 축구장으로 관중이 많이 모이도록 좀 더 힘을 써야한다.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어지고 서울과 평양을 오간다면 ‘경평(京平)축구대회’를 다시 한 번 축구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