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는 21일 삼성 반도체 직접 생성공정에서 일하지 않은 협력업체 관리자에 대한 법원의 산업재해 인정 선고, '내란음모 사건'으로 알려진 이른바 RO(지하혁명조직) 회합에 참석한 옛 통합진보당원에 대한 선고, 혼자 사는 여성의 원룸에 침입해 강도·강간 행각을 벌인 3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이 주목을 끌었다.

○…법원, 삼성반도체 협력직원 관리자 백혈병 산재 인정서울행정법원 6부(재판장 김정숙)는 삼성전자 반도체 협력업체 관리소장으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손경주씨(사망 당시 53살)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 처분의 가장 주된 이유는 망인이 관리소장 업무를 수행하여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빈도나 수준이 낮다는 것인데, 손 씨가 작성한 글 등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 가공 라인의 초기 안정화 단계에 반도체 제조설비 유지보수 작업현장에 빈번하게 출입하여 상당한 시간을 머물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초기 안정화 단계의 생산라인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는 안전장치와 작업자 보호장비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유기화합물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설치되지 아니하였다"며 "(손 씨가) 전 공정을 순회하였을 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한 공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머무르기도 하였으므로 모든 종류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손 씨는 2003년부터 삼성전자 화성·기흥 반도체 공장의 생산설비 보수 업무(PM)를 맡은 협력업체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했다.

그러나 2009년 5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골수이식을 한 뒤 2010년 8월 복직했지만 2012년 재발해 숨졌다.

손씨의 가족들은 "관리소장이었지만 반도체를 만드는 클린룸에서 일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4년 10월 "현장소장 업무를 수행해 유해화학물질의 노출빈도 및 노출 수준이 낮고, 이 사건 질병을 유발할 만큼 유해인자에 직접적으로 충분히 노출되었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내란음모 사건' RO 회합 참가 옛 통합진보당원 1심서 유무죄 엇갈려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김정민)는 21일 '내란음모 사건'으로 알려진 이른바 RO(지하혁명조직) 회합에 참석해 혁명 동지가를 제창하거나 개인적으로 이적 표현물을 소지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옛 통합진보당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단순 참가자들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홍성규(43) 전 진보당 대변인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김양현(45·여) 전 평택위원장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안소희(38·여) 파주시 의원에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2012년 6월 21일 진보당 행사인 출마자 결의대회에서 혁명동지가를 제창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2015년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13년 5월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에서 열린 RO 회합에 참석해 이적성 발언을 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창한 혁명동지가는 상식적으로 끝까지 따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반국가적"이라며 "피고인들이 단순 의례적인 목적으로 제창했다 하더라도 참석자들의 혁명 의식을 고취시켜 미필적으로나마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려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적 표현물 소지 혐의에 대해선 취득 경위를 알수 없거나 직접 점유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무죄를 선고하되, 점유가 확인된 것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미 확정 판결이 나온 다른 사건 관련자와의 관계, 처벌의 균형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47)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 등은 비밀회합에 참석해 한반도전쟁 발발 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을 논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과 국정원은 RO 회합 참석자에게서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7명을 회합에서 내란을 음모하거나 선동한 혐의로 2013년 9월 기소했다.

이 전 의원 등에 대해 1심은 내란음모·선동 혐의를 인정했지만 2심과 3심은 내란선동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으며 RO의 존재에 대해서도 이 사건 제보자의 추측에 불과하다며 가상의 조직으로 결론 내렸다.

○…치밀한 계획 하에 강도·강간한 30대 남성 항소심서 감형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황진구)는 여성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해 강도·강간 행각을 벌인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등)로 기소된 A씨(37)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4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원심의 30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정보공개 10년, 20년 간 위치추적장지 부착명령은 그대로 유지됐다.

A씨는 2009년 3월21일 오전 8시30분께 전북 익산에 있는 B씨(당시 20·여)의 원룸에 침입해 염산을 얼굴에 붓겠다고 협박해 성폭행한 뒤 2만3000원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9월9일 오전 4시50분께 C씨(20·여)의 원룸에 침입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앞선 2005년에도 여성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해 강도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A씨는 콘돔을 준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으며,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범행 후 피해자들의 신분증을 가져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염산을 소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피해자가 강력하게 처벌을 원하는 점을 감안했다"며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중형이 선고되자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뒤늦게나마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회복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고 속죄의 심정으로 장기기증을 신청한 점, 사회단체에 1억원을 기부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량이 다소 무겁다고 보인다"며 A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