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가 꼭 껴안았던 황승빈[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한선수는 경기가 끝난 직후 황승빈을 꼭 껴안았다.

고마움과 대견함의 표현이었다.

대한항공의 두 세터는 그렇게 팀을 지탱했다.

대한항공은 24일 장충체육관에서 치른 우리카드와의 '도드람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원정경기에서 홀로 27점(후위 9개·블로킹 4개·서브에이스 4개)을 퍼부으며 크리플 트라운을 달성한 가스파리니를 앞세워 세트스코어 3-0으로 셧아웃했다.

2연패 포함 최근 5경기에서 1승4패로 부진했던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무적인 것은 가스파리니의 파괴력이 살아났고, 특히 세터진도 안정감을 찾았다.

사실 대한항공은 이날 1세트 0-5로 밀리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고 꼽힌 대한항공은 최근 잇단 부진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이 가운데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팀의 핵심 세터 한선수를 빼고 백업 세터 황승빈을 투입했다.

이 교체카드는 적중했다.

황승빈은 가스파리니를 중심으로 올곧은 토스로 팀이 안정감을 찾아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전세를 뒤집은 대한항공은 황승빈 체제에서 우리카드를 무력화시키고 승점 3을 챙겼다.

박 감독은 경기 후 "황승빈이 팀에 좋은 분위기를 불러왔다"며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합격점"이라고 칭찬했다.

재미있는 장면은 경기 직후에 나왔다.

원정 구단은 경기 직후 코트에서 마무리 스트레칭을 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간다.

대한항공 선수단 역시 코트 한편에서 정종일 트레이너를 중심으로 몸을 푼 뒤 다같이 파이팅을 외치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파이팅을 외친 직후 한선수는 누군가에게 급하게 달려갔다.

바로 세터 후배 황승빈이었다.

한선수는 활짝 웃으며 황승빈을 격하게 껴안았고, 이후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날 경기에서 주춤했던 자신을 대신해 팀 승리를 이끈 후배의 대견함과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황승빈도 쑥스러워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 스포츠월드와 만난 황승빈은 "다들 (한)선수 형이 부진하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즌을 치르다 보면 흐름이 있다.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일이다.선수 형은 한국 최고의 세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승빈이 말 속에 담긴 의미는 경기 후 박 감독이 풀어 설명했다.

박 감독은 "최근에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술적으로 변화를 줬다.한선수도 그 변화에 맞춰 훈련을 진행했다"며 "그런데 끌어올린 팀 스피드와 가스파리니가 맞지 않았다.그래서 가스파리니에 대한 공격 옵션만 다시 재수정했다.한선수 입장에서는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제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한선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승빈도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내가 선수 형보다 못하기 때문에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며 "경쟁의 위치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승리에 있다.팀 승리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 서로를 껴안았던 한선수와 황승빈의 호흡.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