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이 결국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다.

김 감독은 11일 "양현종이 몸 상태가 괜찮다고 한다.

양현종이 어려우면 (수술을 받은)김광현 대체 선수로 선발 투수를 뽑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괜찮다고 하니 구원투수 오승환을 뽑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몸 상태가 나쁘다고 알려진 바 없고 출전 의사도 밝힌 바 있다.

고심 끝에 오승환을 뽑았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원정도박으로 물의를 빚었고 KBO의 징계도 아직 소화하지 않은 오승환을 무리하게 발탁한 것은 '메이저리거 한 명도 없이 대회에 나설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외야수 김현수(볼티모어)는 출전이 어렵다는 뜻을 이날 김 감독에게 전했고, 추신수(텍사스)는 구단이 출전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이미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번 WBC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이전에 비해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따라서 자국 메이저리거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으면 전력 손실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거의 불참에 불안해 하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발투수에 대해서는 여전히 WBC 출전을 꺼리기 때문에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와 다르빗슈 유(텍사스), 마에다 겐타(LA 다저스)가 못 나오는 것은 그렇다 쳐도 마무리 투수인 우에하라 고지(시카고 컵스)까지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출전을 확정한 메이저리거는 외야수 아오키 노리치카(휴스턴) 뿐이다.

똑같이 '사상 최약체'라고 걱정하고 있지만 위기감의 정도는 다르다.

본선 1라운드에서 쿠바, 호주, 중국과 같은 조에 속해있는 일본은 2라운드 진출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회 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 대회에서는 4강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에서 열리는 결승 라운드에도 올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미국과 전 대회 우승국인 도미니카공화국은 물론 지난 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푸에르토리코도 메이저리거들이 여럿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평가전에서도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멕시코에 1승 1패, 네덜란드에는 2승을 거뒀지만 모두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반면 한국은 홈에서 열리는 1라운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김인식 감독도 "1라운드 통과가 1차 목표"라고 밝혔다.

4년 전 대만에서 열린 본선 1라운드에서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네덜란드는 이번에도 같은 조다.

잰더 보가츠(보스턴), 조나단 스쿱(볼티모어),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 등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내야수들에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까지 출전히 확정됐다.

네덜란드에 비해 대만과 이스라엘은 마이너리거와 자국리그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대회에서 대만에 간신히 이겼던 점을 생각하면 1라운드 통과를 1차 목표라고 하는 것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경기 운영 전략은 비슷하다.

마운드의 계투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WBC는 투구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불펜 운용이 중요하다.

일본은 투수진은 오타니 쇼헤이 등 자국리그 선수들로도 경쟁력이 있다.

선발투수들을 불펜으로 활용하는 계투로 약점인 공격력을 만회하려 할 것이 확실하다.

선발 투수가 이전에 비해 훨씬 약하다고 느끼는 한국으로서는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불펜으로 승부를 걸 수 있어서다.

그런 면에서 오승환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김인식 감독이 반대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끝내 오승환을 발탁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