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 연출 이동윤 강인)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누구일까. 자식 걱정이 끊이지 않는 배숙녀(원미경 분), 혹은 시댁과 척을 지고 있는 한미순(김지호 분)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겠다.

그러나 최근 시청자들의 반응을 볼 때 가장 안쓰러워하는 이는 바로 봉해령(김소연 분)이다.

전 남편도, 현 연인도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탓이다.

그러나 그의 가시밭길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가화만사성'에서 봉해령은 유현기(이필모 분)와 이혼한 후 서지건(이상우 분)과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남편의 바람과 매서운 시집살이를 견디다 못해 이혼했던 봉해령에게 찾아온 새 연인은 어두웠던 그의 인생에 한 줄기 햇살을 비춰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 빛도 잠시, 봉해령에게 점점 더 큰 먹구름이 드리웠다.

17일 오후 방송된 '가화만사성' 42회에서 봉해령은 병이 악화돼 점점 무너져가는 전 남편을 보며 괴로워했다.

이혼 후 암에 걸린 사실을 안 유현기는 몸 상태가 더욱 악화됐고, 아들이 죽은 사실마저 까먹었다.

봉해령은 그런 그를 지켜보며 연민 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죽어가는 유현기 곁에 있어 달라는 전 시어머니 장경옥(서이숙 분)의 뻔뻔한 부탁 역시 봉해령에겐 짐이었다.

분노와 답답함을 꾹꾹 눌러오던 봉해령은 유현기의 자살 결심에 결국 폭발했다.

그는 아들의 납골당 앞에서 "너희 아빠 바람나고 날 힘들게 하더니 이제는 옆에서 죽는 걸 봐달라고 한다.정말 뻔뻔하지 않니"라며 울부짖었다.

이혼 전에도 온갖 핍박을 받으며 숨 막히게 살았는데 이혼 후에도 발목을 잡는 전 남편과 시어머니가 그에게 얼마나 족쇄 같은지 그 심경이 절절히 느껴졌다.

그런 봉해령이 도망친 곳은 서지건의 품이었다.

이혼 후 힘들어하던 봉해령을 다독이고 감싸준 서지건은 그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러나 서지건에게도 어마어마한 비밀이 있다.

바로 봉해령과 유현기의 아들을 수술하다가 의료 사고를 내고 죽게 한 장본인이 그였던 거다.

그러나 서지건은 이 사실을 알고도 봉해령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결혼을 하려 든다.

부부 사이에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이 서로 간의 신뢰인데, 서지건은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 비밀을 묻으려 하고 있다.

이 비밀을 덮는 명목은 사랑이다.

참으로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유현기는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봉해령을 힘들게 했다.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한 마음엔 아물지 않을 생채기가 났다.

새 연인은 5년 동안 자신을 지옥에 가둔,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본인의 잘못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유현기나 서지건이나 봉해령에게는 '최악의 남자들'이다.

'막하막하'의 대결이라는 말이 딱 맞다.

전 남편에게 상처받은 봉해령에게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 기대하고 극을 본 시청자들이 당황스러워 할 정도다.

이쯤 되면 봉해령이 정말 불쌍하다.

자신을 괴롭힌 전 남편의 품에서 벗어나 안긴 사람이 아들을 죽인 원수 같은 이라니, 이건 정말 잔인하지 않은가. 유현기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과 서지건과 미래를 약속하는 것 모두 봉해령에겐 지옥일 터다.

이럴 바엔 작가가 차라리 봉해령을 혼자 살게 해주는 게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 아닐까 싶다.

봉해령이 걷는 곳이 '꽃길'은 아니어도 최소한 '가시밭길'은 아닐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