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재심' 버스 왔어!", "강하늘 오겠다!" "빨리 지금이라도 예매해!".순식간이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적한 길에 서 있었는데 영화 '재심' 무대인사 포스터가 붙은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서너 줄의 무리가 생겼다.

얼떨결에 사람들 사이에 파묻혔지만 시선은 버스 입구에 고정했다.

'재심'의 주역, 배우 강하늘이 버스에서 내려 얼굴을 드러냈다.

그의 등장은 버스를 보고 있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곳곳에서 "꺅" 설렘 가득한 환호가 짧게 터져 나왔다.

강하늘은 버스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잠시 놀랐지만 이내 환한 미소로 팬들의 손 인사에 일일이 화답했다.

강하늘과 배우들이 경호원들 울타리에 둘러싸여 이동하는 사이, 기자는 눈으로 그 무리의 꼬리를 쫓았다.

탐사 대상인 강하늘 매니저 김지수 씨(이하 '김매니저')를 찾았다.

무대인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했지만 김매니저의 하루는 더욱 일찍 시작했다.

그는 오전 6시에 기상, 7시에 샘컴퍼니 일정으로 인천에 갔다가 9시에 서울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가 씻자마자 다시 나와 10시에 강하늘을 만나 샵으로 이동했다.

11시 30분 '재심' 무대인사 버스가 대기하는 강남의 소집 장소에 도착했다.

오전 일정만 해도 숨 가쁜 하루를 보낸 김매니저는 강하늘과 경호원들의 빠른 걸음에 맞춰 무대인사 상영관으로 향했다.

김매니저 손에는 벌써 팬으로부터 받은 작은 종이가방이 들렸다.

'저질 체력'인 기자가 바삐 걸어가느라 벅찬 사이, 강하늘은 카메라를 향해 뒤돌아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브이(V)' 포즈를 취했다.

김매니저도 옆에 있던 강하늘을 보고 뒤돌아 취재진의 카메라인 것을 확인한 뒤 쿨하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모두 무대인사 상영관을 목적지로 찍은 내비게이션처럼 신속하게 움직였다.

무대인사 일정은 관객과 만나는 약속이기 때문에 미리 짜인 동선을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실 매니저는 취재진뿐 아니라 팬들의 사진 촬영에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

김매니저는 "민감한 부분이 많아서 노출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사진을 함부로 찍으면 안 되는 상황에는 팬들한테 가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브랜드화가 되면서 사소한 부분도 광고나 작품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하늘과 배우들이 상영관에 입장해 무대인사를 진행하는 동안 김매니저는 영화관 한쪽에 서서 '매의 눈'을 가동했다.

그 사이에도 밀려드는 연락에 손에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고, 경호원들 못지않게 관객석을 주시하며 돌발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배우가 어떤 행사에 참여할 때 매니저는 서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김매니저는 "배우들이 대기실에 있어도 입구가 개방돼 있는 영화관이 많아서 경호원들과 함께 입구에서 경계를 한다"고 말했다.

"촬영할 땐 차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죠. 실내신이 아니면 밖에 있어서 추워요. 밤에 촬영하는 장면은 늦게 끝나거나 밤을 꼬박 샐 때도 많아요. '청년경찰' 마지막 촬영도 오전 11시에 끝났어요. '재심' 홍보 활동 때문에 라디오 녹음하고 무대 인사 돌고 이제 '기억의 밤' 촬영하는데 작품할 때는 일정 따라 움직이니까 쉬는 시간이 대중없죠. 활동 없을 땐 다른 현장에 지원도 나가고 사무실에 정상 출근해서 일정 정리하고 시나리오도 읽어요. 그런데 (강)하늘이형이 워낙 바쁘게 지내왔으니까요." 강하늘은 경호원이 대신 받은 팬들의 선물을 받고 함박미소를 지었다.

김매니저가 다른 짐을 챙기는 사이 강하늘은 귀여운 인형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가 사랑을 받는 일은 매니저에게 가장 큰 보람이자 수확이다.

가족보다 진한 책임감과 우애가 자연스럽게 다져진 사이, 그게 바로 스타와 매니저의 관계다.

"배우를 맡고 작품을 하다 보면 정이 많이 들고 서로 제일 잘 알게 되잖아요.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생겨요. 영화 보고 눈물 흘리는 스타일이 아닌데 '재심'은 눈물이 흐를 것 같았어요. 하늘이형이 고생한 작품이어서 애틋하게 보였어요. 슬프지 않은 장면인데 그냥 하늘이형이 나와서 그런가(웃음)." 강하늘은 카메라 앞에서 굳어 있는 김매니저에게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김매니저는 강하늘을 향해 건조하게 '씨익' 입꼬리만 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편안한 형제 '케미'를 발산하는 두 사람은 공통점이 또 있었다.

'재심' 무대인사 취재를 위해 홍보사 제작사 소속사 관계자들과 연락하면서 빠짐없이 들었던 말, "강하늘과 김매니저는 워낙 착하잖나"라는 칭찬이었다.

그 배우에 그 매니저였다.

김매니저는 "하늘이형과 나이도 비슷하고 잘해줘서 관계가 좋다"며 "가족처럼 지낸다"고 자랑했다.

특히 "하늘이형이 바르게 행동하니까 나도 모르게 형을 따라 그런 생각이 생긴다"고 '미담 제조기' 강하늘을 치켜세웠다.

김매니저는 강하늘의 무대인사 대기 시간 동안 차량에 선물을 싣고 다시 올라갔다.

무대인사를 마친 뒤에는 배우보다 먼저 건물 밖으로 나와 동태를 살폈다.

두 손에는 여전히 많은 팬들의 선물이 소중하게 들려 있었다.

영화관에 입장할 때보다 배로 많아진 사람들 사이로 배우들이 이동했다.

경호원들의 보안 때문에 김매니저도 강하늘과 조금 거리가 벌어졌다.

김매니저는 강하늘이 안전하게 버스에 탑승할 때까지 지켜본 후 다음 무대 인사 장소로 떠났다.

강하늘과 김매니저는 이렇게 이날 하루 11개 영화관 무대인사를 소화했다.

별빛이 아름다운 건 어두운 밤하늘 덕분이다.

매니저는 하루하루 '내 배우'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밤하늘을 자처하는 직업이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열정을 쏟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서 맛볼 수 있는 매니저만의 뿌듯함은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