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재조정안 수용 ‘가닥’국민연금이 장고 끝에 금융당국과 KDB산업은행이 마련한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손실분담)안을 큰 틀에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 취소가 발생하고 신규 수주가 더 어려워지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는 셈이다.

대우조선 정상화 가도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서도 ‘캐스팅보트’을 쥐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권하거나 반대하면 자율 채무재조정은 실패하고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으로 직행할 판이었다.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어치 가운데 국민연금은 29%인 약 3900억원어치를 들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던 산은과 국민연금의 협상 흐름은 13일 저녁 이동걸 산은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의 긴급 회동을 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양 수장의 만남에 이어 양측 실무진은 밤샘 협상을 벌였고 14일 오전 타결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분위기가 좋다"고 기대감을 나타냈고, 이어 "상호 협의점을 찾았다"는 국민연금 측 입장이 발표됐다.

강 본부장은 이 회장과의 회동에 대해 "대주주로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대한 책임 있는 경영 정상화 의지를 나타내면서 ‘기금 손실 최소화 의지’를 이해하고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주어 상호 간에 협의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강 본부장과의 회동에서 국민연금이 자율 구조조정안대로 50%를 출자전환해주면 나머지 만기 연장분에 대해서는 국책은행이 사실상 상환을 보장해주겠다고 제의했다.

보장 방식을 놓고는 양측 이견으로 막판 진통 중인데, 사채권자 집회가 시작되는 17일 이전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강 본부장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채무재조정안 수용으로 가닥을 잡은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자율 채무재조정안은 회사채 50%는 출자전환하고 50%는 3년 만기 연장하는 내용인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훨씬 더 가혹한 강제적 채무재조정이 이뤄진다.

채권자 손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에 미칠 충격도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대우조선이 파산할 경우 경제 전반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1300여 협력업체 연쇄도산 등으로 조선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산업 전반으로 어려움이 확산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세계 최초로 쇄빙 LNG선을 개발할 정도로 우수한 대우조선 기술력이 사장되거나 해외로 유출될 우려도 있다.

5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 등 지역경제에 미칠 충격도 상당하다.

P-플랜이 신규자금 투입이 가능한 초단기 법정관리라고는 하지만 계약 취소, 신규 수주 난항으로 대우조선 정상화의 길은 더 멀어지게 된다.

국민연금의 결단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다.

대우조선 정상화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효율적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실사를 통해 2021년이면 연매출액 6조2000억원, 부채비율 257%의 작고 단단한 조선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말 대우조선 연매출액은 12조7000억원, 부채비율은 273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