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상명인’ 김종희 상명대 행정대외부총장과거에 비해 여성의 권익이 크게 신장됐고, 경제활동 참여율도 높아졌지만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하다.

정부 요직과 기업 임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편이며, 대학교 역시 일부 여자대학교를 제외하면 총장이나 부총장을 여성이 맡는 경우가 희귀하다.

김종희(62·여) 상명대 행정대외부총장은 유리천장을 깨는 데서 그치지 않고 특유의 ‘밝은 리더십’으로 대학을 이끌고 있다.

지난 15일 상명대 부총장실에서 만난 김 부총장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일소백려망(一笑百廬忘)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일체유심조는 불교 ‘화엄경’의 핵심 사상을 이루는 말로,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일소백려망은 한 번의 웃음이 모든 근심을 잊게 한다는 뜻이다.

이 말들처럼 김 부총장은 시종일관 밝고, 당당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김 부총장의 이 같은 성격은 그의 성장 배경과 관련이 있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 중반 서울에서 태어났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김 부총장은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지내며 구김없이 자랐다고 했다.

형제자매 중에서도 활달한 편이었던 김 부총장은 유독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어렸을 때 실컷 놀면서 활동적인 성격이 되고, 창의적인 사고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 생각해도 아련하고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예일여고를 졸업한 김 부총장은 상명대의 최초 교명인 상명여자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진학했다.

누군가와 소통하며 영향을 주는 게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에서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고, 그중에서도 체육교육 전공은 몸과 마음이 함께 지식과 경험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 이후 잠시 교편을 잡은 김 부총장은 배움에 대한 열의로 학교를 떠나 체육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이때부터 김 부총장은 각종 체육단체·사회단체를 맡아 이끌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여성사격연맹 회장을 시작으로 한국여성축구연맹, 한국레저스포츠학회, 한국걸스카우트연맹,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등 단체의 회장과 부회장을 역임했다.

여러 단체를 맡았던 이유를 묻자 김 부총장은 "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교육과 연구는 본연의 책무지만 사회적 책임 역시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분야에서 훌륭한 인물을 키우고, 나아가 우리나라 체육을 발전시키고자 하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역할이 주어진 것"이라고 답했다.

여성축구연맹 회장을 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와 있었던 일화도 털어놨다.

노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부총장은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우리 선수들을 좀 격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부총장은 "요청은 했지만 진짜로 올 줄은 몰랐는데, 당시 대구 지하철 참사현장에 갔다가 국가대표 훈련장이 있는 파주까지 직접 와 주셨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 체육계는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인 곳이었다.

김 부총장은 "정책적으로 일을 많이 해보려고 했지만 나를 ‘얼굴 마담’ 정도로 내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갑작스레 여성축구연맹 회장직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자축구와 맺은 인연으로 그는 다시 MBC 꿈나무축구재단 이사를 맡게 됐다.

김 부총장은 "스포츠는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고, 문화를 개발하는 원동력이 되는 등 순기능이 참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가 맡은 단체나 조직을 활성화시키고 선수들을 격려해서 세계에 우뚝 서게 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며 "특히 올림픽 금메달은 선수나 연맹뿐 아니라 온 국민에게 기쁨을 주고 자긍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 부총재로 일할 때도 김 부총장은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에서 인재 활동교육의 맥을 이어 갈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느꼈다"며 "앞으로도 꿈나무들의 전인교육, 리더교육에 기여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아쉬웠던 점은 없었을까. 김 부총장은 "각 단체에서 추진했던 일들을 한정된 시간 때문에 완결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나중에라도 그 시도들이 발전적으로 꽃피우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종 단체에서 일한 경험은 분명 그의 현재 활동에 크나큰 자양분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장은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진교육 ‘마음으로 보는 세상’과 ‘북한 어린이 돕기 바자회’, 군 위문품 전달, 불우이웃 돕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 부총장은 "어릴 때 읽은 위인전에서 대의적 행동이 강조됐다"며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스스로도 행복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고 머쓱해했다.

김 부총장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K 롤링이 하버드대에서 행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상상력이 세상을 바꾼다"는 연설도 언급했다.

그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가치와 애정을 중시하는 것"이라며 "내가 사범대에 진학하고 교사와 교수가 된 것도 비슷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장은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고민을 많이 해달라는 것"이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각자의 가치와 가능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화제를 돌려 상명대 이야기로 넘어갔다.

김 부총장은 자신을 ‘상명인’이라고 강조했다.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총동문회장, 수련원장, 부총장으로 재직하며 뼛속까지 상명인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상명인이라는 단어가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낸다는 게 김 부총장의 설명이다.

상명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김 부총장은 더욱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상명대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잘 가르치는 대학’(ACE) 등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5개에 연달아 선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고용노동부 재정지원사업에도 선정된 바 있다.

2014년 9월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김 부총장은 그 원동력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과 대학의 역할에 대한 통찰"을 꼽았다.

상명대가 외형적인 기준으로만 살펴보면 다른 대학과 경쟁하는 게 쉽지 않지만,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사람을 중시하는 교육철학을 이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재정지원사업 선정 외에도 상명대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2011년부터 이어온 ‘상명 제자사랑, 후배사랑 장학금’이 그것이다.

이 장학제도는 다른 대학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로, 서울과 천안캠퍼스에 재직 중인 상명대 출신 동문 교수와 교직원이 매달 급여의 2~4%를 기부하는 장학제도다.

지금까지 서울캠퍼스는 재학생 167명에게 1억4800만원이 지원됐고, 천안캠퍼스는 재학생 328명에게 2억2400만원이 전해졌다.

그는 "이 장학금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에 정진하는 제자이자 후배인 재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동문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장학제도"라고 소개했다.

이어 "동문 교수와 재학생 모두 모교를 중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강력한 연결고리로, 상명대가 80년을 버틸 수 있었던 저력 중 하나가 바로 이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장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모교인 상명대에 많은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그는 "상명대는 모교이자 내 삶에 중요한 존재"라며 "상명대가 발전하고 잘 되는 것이 곧 나의 행복이라 여기기에 기부한 것"이라고 웃었다.

여성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김 부총장은 국방·안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상명대는 2014년 개설된 군사학과의 이름을 올해 국가안보학과로 바꿨다.

김 부총장은 "우리 대학에 군사학과를 설치한 건 투철한 국가관을 가진 이사장님의 의지였다"며 "학과 명칭을 바꾼 건 군사학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안보의 학문적 체계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과 교수,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즉각 대답이 나왔다.

김 부총장은 "우리 대학은 지금까지 남녀공학 전환과 제2캠퍼스 건립 등 급속한 발전 과정 속에서 상명인이라는 이름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다"며 "누구보다 열린 자세로 서로 소통하며 하나된 상명의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 덕분인지 김 부총장은 2015년 사단법인 대한민국가족지킴이가 주는 대한민국실천대상 ‘교육부분 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김 부총장은 "지금까지 제가 잘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일들에 집중했을 뿐인데 상까지 받으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교육은 사람을 남기는 업(業)이고, 사람을 통해 역사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우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더 많은, 훌륭한 인재를 키워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부총장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대학은 늘 교육정책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교육제도를 단순화해 지금까지 있어왔던 여러 복잡한 제도적 모순을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특히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약속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다만 사립대의 경우 재정문제로 직결될 수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나 입학금 폐지 등과 같은 부분은 구체적으로 이를 어떤 방식으로 보장하고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공립대 네트워크나 공영형 사립대, 자율형 사립대 등과 같은 새로운 대학형태의 변화는 단순히 정부의 의지뿐 아니라 대학과 구성원의 협의 및 사회적인 합의가 수반돼야 하는 문제인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