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악장에 하나의 감정만 / 1분에 60박 빠르기 효과 더해 / 바흐 ‘G선상의 아리아’ 대표적 / 선율이 전하는 사랑으로 ‘힐링’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어수선한 정국은 여러 굴곡 끝에 새 대통령을 선출하며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후보에게 자신의 한 표를 던졌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을 것이다.

투표한 사람 중 40%는 환호했겠지만 그보다 적지 않은 분이 실망감에 빠져 힘들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악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었다.

서양의 플라톤이나 동양의 공자 모두 음악은 우리의 마음과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특정 음악은 심약한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구약 성경에서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이 용맹한 소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뛰어난 음악가였고, 악령으로 시달리는 사울 왕을 자신의 연주로 치료했다고 한다.

음악에 치유의 힘이 있다는 믿음은 20세기 후반에 음악치료라는 분야를 통해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음악치료사라는 전문 의료인이 배출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될 정도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거창하게 의학적 증거를 나열하지 않더라도 언제 음악을 찾게 되는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음악으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학얼마 전 어떤 음악이 우울증 치유에 효능이 뛰어난지를 연구한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바로크 음악이 특히 효과가 있으며, 그것도 빠르기가 1분에 60박 정도 되면 적절하다고 한다.

왜 바로크 음악일까. 가장 대중적인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도 있는데 바흐, 헨델, 비발디로 대표되는 바로크 음악이 어떤 면에서 더 뛰어난 효능을 보인 것일까. 보통 바로크 음악의 특징을 말할 때 하나의 곡 또는 악장은 하나의 정서나 감정 상태를 전달한다고 한다.

그러니 하나의 곡에 기쁨과 분노가 함께 들어있지 않다는 말이다.

바로크 음악은 한 번 특정한 분위기로 시작하면 잘 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만약 분위기를 바꾸고자 한다면 그 악장을 끝내고, 새로운 악장을 시작한다.

하나의 감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바로크 시대 작곡가는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거나 일정한 빠르기를 유지하고 같은 리듬을 반복한다.

간단히 말해 바로크 음악은 곡이 진행되는 동안 변화가 적다는 특징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빠르기와 연관해 1분에 60박 정도라면 기본 박의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클래식 음악에서는 라르고와 아다지오 정도의 빠르기이니 대체로 느린 빠르기의 음악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일정한 분위기의 느린 빠르기의 곡이 우울증 치료에 좋다고 이해해도 될 것 같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들어보자. 이 곡은 바이올린이 그 유명한 선율을 조금씩 변화시키며 지속하고, 반주의 낮은 음은 일정한 박자로 걸어가듯 진행한다.

이 곡의 기본 박이 대략 1분에 60박 정도 된다.

이 곡과 매우 유사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진위 감정 결과 비록 바로크 음악이 아니라고 결론이 났으나 그 음악의 인기는 전혀 시들지 않고 있다.

역시 비슷한 빠르기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으로 바흐의 바단조 하프시코드협주곡의 2악장이 있다.

피아노가 아니라 옛 악기인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것을 듣다 보면 그 청량감 넘치는 음향 덕분에 치유의 효과를 좀 더 확실하게 볼 것 같다.

우리 국악기인 가야금 합주로도 편곡된 ‘파헬벨의 카논’은 대표적인 바로크 음악 중 하나이다.

낮은 음역에서 반복되는 선율을 타고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선율의 전개가 매력적이다.

음악치료사는 아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학자로서 필자는 우리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의 힘을 진정으로 믿는다.

그리고 그 치유의 힘은 음악이 전달하는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음악을 듣는 순간 사악한 마음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랑의 기분 좋음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아닐까. 최소한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이라도 평화로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