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률 70%도 안된다고?"대졸 이상 실업자 수가 사상 최초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자 절반 정도는 대학 나온 사람인 것이다.

대졸 비경제활동인구도 352만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학력 일자리 '불일치(미스매치·mismatch)'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진학률이 16년만에 70% 미만으로 추락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실업자는 116만7000명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2%(1만4200명) 증가했다.

실업자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이다.

교육 정도별 실업자는 대졸 이상이 54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졸 45만1000명, 초졸 이하 9만9000명, 중졸 7만5000명이었다.

분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은 것은 올해 1분기가 처음으로, 전체 실업자 중 절반 가량(46.5%)이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사람들이었다.◆실업자 절반 대졸자…대학진학률 16년만에 70% 아래로 떨어져교육 정도별 실업자 증감을 보면 고졸만 9.1% 감소했다.

초졸 이하(14.7%), 대졸 이상(9.2%), 중졸(1.8%)은 모두 증가했다.

교육 정도별 실업률은 대졸 이상이 4.4%로 초졸 이하(5.3%) 다음으로 높았다.

고졸과 중졸의 실업률은 4.2%와 3.5%였다.

또 올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는 1655만2000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0.1%(1만6500명) 감소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인구 가운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일을 할 능력이 있지만 일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로 실업 통계에서 제외된다.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사람도 포함된다.

교육 정도별 비경제활동인구는 고졸이 591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졸 이상 352만8000명, 초졸 이하 372만3000명, 중졸 338만7000명이었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분기 기준으로 350만명을 넘은 것도 올해 1분기가 처음이다.

특히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1분기에 여러 학력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고졸(-0.9%)과 중졸(-0.3%), 초졸 이하(-1.0%)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1분기보다 감소했지만, 대졸 이상은 2.4%(8만3800명) 늘었다.

대졸 이상 계층에서 사회 통념상 이른바 '백수'로도 볼 수 있는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노동수급 미스매치, 임금 격차 확대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정규직 vs 비정규직 임금격차, '대졸 백수' 늘리는 요인노동수급 미스매치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은 대졸 이상 학력 소유자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갈 수 있는 일자리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주요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미스매치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에서, 교육 정도별로는 대졸 이상 고학력에서 뚜렷하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임금 격차 확대도 '대졸 백수'를 늘리고 있다.

임금, 근로조건 등 일자리 질에 차이가 크게 나면서 차선의 일자리보다는 스펙 쌓기, 취업 학원 수강 등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가 늘었다.

실제 대학 졸업 이후 노량진 고시촌 등에서 몇 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공시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층 공시생이 2011년 18만5000명에서 지난해 25만7000명으로 38.9%(7만2000명)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대졸이 취업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대학보다 취업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의 지난해 대학진학률은 69.8%로, 2000년 이후 처음 70% 아래로 떨어졌다.

통계청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특성화 고등학교의 취업자가 늘어나 전체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고학력 실업은 일자리 자체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생겨난 측면이 있다며, 인턴 등 임시·단기직 보다는 적더라도 양질의 일자리 공급에 집중하면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다수의 임시직 보다는 소수여도 양질의 일자리 위주로 늘리는 게 낫다는 의견도이에 대해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직장인 김모(31)씨는 "일자리는 많지만 대졸자들이 원하는 사무직은 고연봉인 기업체가 드문 현실"이라며 "설령 있어도 수백, 수천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적응되어도 직장생활에서 오는 피로감과 회의감이 크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38)씨는 "일부를 제하곤 대학 때 배운 것들을 사회에 나와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결국 그 기업체에 맞는 직무교육 다시 받아야 하는 현실"이라며 "선진국처럼 어릴 때부터 창의성 교육을 시켜야 한다.단순 암기식, 주입식 교육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박모(42)씨는 "대학 4년동안 토익, 학점 등 나름 스펙 관리하지만 막상 졸업할 때가 되면 별로 남는 게 없다"며 "하지만 눈은 높아 고연봉의 편한 일자리만 고집한다.한국 실업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더 높은 일자리만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