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들이 선진국 국가 중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6~76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로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노인 100명 중 절반 가까운 43명이 중위소득(2인가구 기준 280여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 지낸다는 것이다.

아마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이 많은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반면 OECD 국가들은 노인 10명 중 1명이 그렇다니 우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러니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도 당연하다.

1960~70년대 경제개발이다 뭐다 해서 이제 살만큼 살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별로 해놓은 게 없다.

노인들은 세계 최고의 가난뱅이고, 젊은이들은 취업이 안돼 아우성이다.

그러니 여기 저기서 ‘헬 조선’이라며 스스로를 비하한다.

과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젊은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

일을 하면 수입이 생기지만 바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은 남지만 쓸 돈이 없다.

반면 나이가 들면 시간은 많다.

대신 건강은 현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노후를 잘 보내려면 건강이 뒷받침돼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한다.

건강과 돈에 대한 사회제도는 의료보험과 연금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건강보험의 전신인 의료보험을 도입한 것은 1977년이다.

소득이 1천불도 되지 않았던 때로 굉장히 빠른 것이다.

처음에는 6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다 점차 확대돼 1989년 전 국민이 대상이 됐다.

반면 국민연금은 11년 뒤인 1988년에 도입됐다.

국민연금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된 것은 1999년으로 이 역시 유래 없이 빠른 것이다.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지만 의보와 연금의 도입순서가 뒤바뀌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가정을 해보는 것은 우리나라가 현재 저출산 고령화의 질곡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인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14%)로 된 게 불과 17년 만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이 100년 넘거나 50~60년 걸린 것에 비하면 무척 빠른 것이다.

노인인구가 늘어난 것은 평균수명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1980년 65.9세였으나 30년 뒤인 2010년에는 80.7세로 크게 늘어났다.

한 해에 5~6개월씩 연장된 셈이다.

이에 반해 출산율은 크게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1960년 6.16명에서 2014년 1.21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수명이 늘어난 것은 의술의 발달과 신약개발, 건강에 대한 관심 제고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의료보험이 큰 역할을 했다.

의보로 병원 문턱이 낮아지고 국민들의 삶의 질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통계가 있다.

몇 년 전 유엔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평가한 보고서를 냈다.

91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는데 우리나라는 4개 부문을 합산한 종합 평가에서 67위라는 부끄러운 성적을 냈다.

우리의 국격에 비해 한참 낮아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부문별로 보면 좀 다르다.

기대수명을 포함한 건강부문은 8위로 최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연금과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분야는 아프카니스탄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90위였다.

반면 고용은 19위, 사회적 자립은 35위였다.

고용과 사회적 자립이 상위권에 랭크된 것은 65세가 넘어서도 많은 노인들이 노후준비가 안돼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튼 이 조사는 노인 건강은 정상급이지만 주머니는 텅텅 비었다는 모순된 상황을 말해준다.

오래 살게 됐는데 돈이 없으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의보(건강)를 뒤로 미루고 연금(돈)부터 먼저 실시했으면 노인 빈곤은 조금 해소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국가가 건강은 개인에게 맡기고 노후생활비부터 챙겼으면 수명연장속도가 완만했을 것이다.

그러면 노인들은 빈곤에 덜 시달리고 국가의 부담도 적어졌을 것이다.

물론 연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노인진료비가 갈수록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상쇄효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노인인구가 감소하면 연금지출도 적어질 것이다.

뒤돌아보면 1977년 의보와 연금을 동시에 실시하는 게 가장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 때 두 개 다 할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면 연금보다 의보에 손이 갈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생명보다 우선하는 건 없기 때문이다.

찬찬히 따져보면 노인빈곤도 다 이유가 있다.

노인빈곤을 과정은 살피지 않고 결과만 놓고 보는 것은 한 눈으로 현상을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선 원인을 제대로 알 수 없고 해법은 더 더욱 찾을 수 없다.

노인 또는 고령화 문제는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21세기 지구의 화두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