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총수 일가 1심 선고 / 재판부, 배임 정점에 신격호 지적 / “임대 지시… 관련 업무 보고받아” / 신동주 전 부회장에 ‘공짜 급여’/ 계열사 유상 증자 관련 배임 혐의 / 日롯데 주식 증여세 포탈 등 무죄총수 일가 5명이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 1심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 선고로 일단락됐다.

재판부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부분은 배임 행위라고 보면서도 신 전 부회장에게 지급된 ‘공짜 급여’나 다른 계열사들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참여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신 전 부회장을 뺀 나머지 4명이 연루된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에 대해 "계약 형태로 매년 지속적으로 반복됐다"며 "피고인들은 공동 정범"이라고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로 인해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롯데시네마)의 영업 이익과 영업 이익률이 줄었는데 손해액을 명백히 산출하긴 어렵다"며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2003년부터 10년간 서울·경기 지역의 롯데시네마 매점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가 운영한 유원실업에, 나머지 지역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시네마통상에 헐값으로 임대됐다.

검찰은 이 기간 롯데시네마가 774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고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영화관 매장 임대를 직접 지시하고 업무를 보고받았다"며 이 배임 행위의 정점에 신 총괄회장이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신 전 부회장에게 지급한 391억원의 공짜 급여는 한·일 롯데의 동반성장을 위한 차원이라는 취지로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신격호 피고인은 한·일 롯데를 하나의 공동체로 보고 경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동주 피고인은 신격호 피고인을 돕는 위치에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했고 한·일 롯데의 협력관계 구축에 노력하고 동반성장을 도모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서씨와 딸 신씨는 롯데그룹에서 실제 근무하지 않았다"며 이들이 받아 간 117억원은 횡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2∼2015년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코리아세븐 등 계열사들을 동원해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신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경영상 판단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롯데피에스넷의 당시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자금조달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신 회장의 유상증자 결정이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 총괄회장이 2006년 서씨와 신 이사장에게 일본 롯데 주식을 물려주며 증여세 706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무죄로 인정됐다.

일본에 있는 주식이 증여돼 국내 거주자여야만 증여세 납부 의무가 있는데 서씨는 1981년 이후 거의 일본에서 생활하는 등 세법상 국내 거주자가 아니고 신 이사장의 경우에는 공소 시효(10년)가 지났다는 설명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