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방법 논의 한창/ “국경 없는 거래, 막아도 헛수고” / 법무부 금지방안 효과 미지수 / 업계에선 “보호장치 마련 필요” / 시중銀은 가상계좌 폐쇄 나서전면거래금지냐, 조건부 허용이냐. ‘투기 광풍’에 휩싸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정부는 가상통화, 관련업계는 암호화폐로 명명)가 기로에 섰다.

규제방법을 놓고 정부 관련 부처에서 백가쟁명식 논의가 진행 중인데, 압축하면 ‘전면금지할 것이냐,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조건부로 허용할 것이냐’이다.

가상화폐 규제를 총괄하는 법무부의 당초안은 전면금지다.

그러나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경이 없는 가상화폐 거래를 국내에서만 틀어막는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12일 "조금 불편해질 뿐 투자행렬은 해외거래소로 옮겨 음성적 거래를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로 평가받는 블록체인의 결제수단이라는 점도 전면금지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 문제도 있고, 블록체인의 결제수단, 자금모집 수단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1일 "투자자 보호나 투자 과열과 관련해 일부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금융이나 거래에 있어 혁신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당초안은 ‘유사수신행위규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정의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조건부로 허용하는 것’이다.

취급업자(거래소)가 예치금의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 확인,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암호키 분산 보관 등 보호 장치 마련, 가상화폐의 매수매도 주문 가격·주문량 공개 제시 등 ‘6대 조건+α’를 갖출 경우 예외적으로 거래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α는 대통령령으로 추가할 방침이다.

이 안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난 9월29일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 논의 결과를 반영해 만든 시안일 뿐 추가논의가 필요한 안"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투자금액과 투자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방안은 거래소 인가를 전제로 한 방안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출입기자단 송년 오찬세미나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면서 "절대 거래소를 인가하는 쪽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가상화폐 관련업계는 15일 자율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진화 대표는 "정부가 제시한 6대 조건이 모두 들어간 자율규제안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실효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 차단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올해 안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제공해온 가상계좌를 폐쇄하기로 했다.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해야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거래를 차단하는 조치다.

우리은행은 현재 코빗 등 3개 거래소에, 산업은행은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가상계좌 외에는 추가로 계좌를 늘리지 않기로 했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최근 각 지점에 공문·지침 등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로 의심되는 송금은 고객에게 송금 목적을 재차 확인하도록 해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차단에도 나서고 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