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라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34억여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철회키로 했다.

정부는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주 해군기지 구상권 청구 소송을 사실상 철회하는 내용의 법원 ‘강제 조정안’을 수용했다.

앞서 정부는 2011~2012년 제주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불법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개인 12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 34억5000만원의 구상권을 행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시위로 공사 지연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가 시공사에 275억원을 대신 물어준 뒤 소송을 냈으나 이번 결정으로 손해액이 모두 혈세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민·군 복합항인 제주 해군기지는 불법·과격 시위로 안보시설 건설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 대표적 사례다.

2010년 1월 착공 직후부터 일부 주민과 외부에서 몰려온 상습 시위꾼의 방해로 14개월간이나 공사가 중단됐다.

일부 시위자는 해군을 향해 ‘해적’이라고 폄하하고 해군 장교를 폭행하기도 했다.

주민과 좌파단체 인사 400여명이 업무방해 등으로 사법처리됐다.

정부는 이들을 사면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법치 포기가 아니라 농단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는 애초 소송을 철회하는 대가로 시민단체 측에 불법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등을 받기로 내부 방침을 정해놓고도 이런 내용을 이번 강제 조정안에 전혀 담지 못했다.

반미 불법 시위꾼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길을 터준 격이다.

정부는 갈등 치유와 국민 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구상권을 철회했다고 설명한다.

아무리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고 해도 불법 행위까지 용인해선 안 된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무슨 명분으로 불법 시위를 단속할 것인가. 제주 해군기지 구상권 철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법의 잣대를 비틀어 자기 지지층을 감싼다면 법치의 토대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