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유사 직역 간 다툼 / ‘복덕방 변호사’ 원심 깨고 벌금형… 법원 “무등록 중개 사실 인정돼” / 공인중개사協 “처벌 당연” 환영 / 변리사에 특허소송 대리 허용 등 잇따른 개정안 발의에 ‘설상가상’/ 변협, 22일 법원 앞서 총궐기대회변호사가 2만명을 넘어서고 법률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변호사들의 설 자리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최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이 폐지된 데 이어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건 불법이라는 법원 판단까지 나오는 등 유사 직역 간 영역 다툼에서도 밀리는 양상이다.

이를 둘러싼 변호사들의 거센 반발을 두고 일각에선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13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러스트 부동산 대표 공승배(46·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트러스트 부동산 웹사이트에 ‘최대 99만원 합리적인 중개 수수료’란 광고 문구가 있는 등 피고인이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 없이 보수를 받고 중개행위를 해 무등록 중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변호사란 이유만으로 중개사무소 개설을 등록해 사무소를 영위할 수 없는데, 트러스트 부동산의 ‘부동산’이란 명칭은 일반인들이 개업 공인중개사라고 오해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률 전문가인 피고인이 의뢰인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끼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벌금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1심은 배심원 4대3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공 변호사가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이 사건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2015년 12월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웹사이트를 통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공 변호사를 경찰에 고발하며 불거졌다.

공 변호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공인중개사협회는 "법률 자문이란 꼼수로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영업하는 건 불법 중개행위로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복덕방 변호사’에 철퇴를 가한 이번 판결은 변호사 직역 축소 움직임과 맞물려 적잖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국민이 변호사 조력을 받아 값싸게 부동산을 매매하고 임대차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게 됐다"며 판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변협은 "트러스트 부동산이 의뢰인들에게 제공한 계약서 작성·자문은 일반 법률 사무로, 변호사법상 변호사의 직무"라고도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이미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을 폐지하는 개정 세무사법의 폐기를 위해 무한 투쟁에 나선 상태다.

변협은 오는 22일을 ‘전국 변호사 임시 휴업의 날’로 정하고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에서 세무사법 개정을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연다.

지난 8일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에 앞서 김현 회장 등 변협 간부들은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한다"며 국회 앞에서 삭발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세무사법이 개정되면서 변호사가 되면 자동 부여되는 전문 자격은 이제 변리사 하나만 남았다.

하지만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도 2015년 변리사법 개정으로 실무 연수를 받아야 자격증을 주도록 하는 등 요건이 강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변호사의 고유 업무인 소송대리 중 하나인 특허소송 대리를 변리사에게 허용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또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를 마친 행정사법은 일정 교육을 이수하는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청구대리 등에 대한 상담이나 자문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