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발생 한달… 아물지 않은 상처"조그만 자동차 소리에도 잠에서 깨는 등 불안해 집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13일 오전 이재민들이 대피해 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김모(72·여)씨는 "추위는 물론이고 먹는 것, 씻고 잠자는 것, 모든 게 힘들다"며 "지진 이후 생활이 뒤죽박죽됐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지난달 15일 포항 흥해읍 망천리 일대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지진 발생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은 지금까지 모두 70차례나 일어나 주민들은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당시 지진으로 흥해 대성아파트 3개 동, 170세대가 기울거나 전파된 것을 비롯해 흥해 경림뉴소망 90세대, 환여동 대동빌라 81세대, 흥해 해원빌라 7세대 등 모두 4곳의 공동주택이 전파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포항시가 집계한 지진 피해액은 546억1800만원에 이른다.

경주지진 때 피해액 110억원의 5배가 넘는다.

지진 피해자 4명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진 초기 집이 부서져 갈 곳이 없거나 불안해서 집에 못 가고 대피소에서 지낸 이재민은 1800명에 이르렀다.

한 달이 흘렀지만 이재민 266세대, 576명이 흥해 실내체육관과 독도체험수련원 등 6개소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포항시 죽도시장 어시장 맞은편 도로에는 ‘힘내자 포항! 이겨냅시다.

지진피해’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진이 나고 뚝 끊긴 관광객 발길과 움츠러든 소비심리가 좀처럼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을 반영한 듯 보인다.

전통시장 상인, 관광업 종사자 등은 여전히 한숨만 쉬고 있다.

파손한 설비를 아직 복구하지 못해 공장 일부만 가동하는 곳도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대게 철을 맞아 상가 수족관에 박달대게가 수북이 담겨 있다.

예전 같으면 대게철을 맞아 관광객 등으로 붐볐지만 물건을 사는 손님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진열대에 놓인 홍게를 정리하던 배지운(32)씨는 "지진이 난 뒤 평일 손님이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줄었다"며 "대게철이면 오전부터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다"고 걱정했다.

상황이 이렇자 포항경제를 살리려는 각계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경북 10개 상공회의소는 포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포항 전통시장 장보기, 특산물 구매에 참여하는 데 뜻을 모았다.

경북도는 피해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경영안정자금과 특례보증을 지원하고 도와 산하기관 연말연시 행사를 포항에서 열기로 했다.

경북도관광공사와 경북도, 포항시는 오는 25일까지 ‘FUN 포항’ 버스를 운행한다.

포항을 찾으려는 대구 등에 관광객을 위해 하루 한 차례 오전 9시에 동대구역 환승센터 8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무너지거나 떨어진 잔해물을 치우고 청소하는 응급복구는 모두 마무리했다.

나머지 복구에는 1440억원이 들어간다.

학생 안전을 위해 흥해초등학교 보수와 내진보강에 128억원을 비롯해 지진피해가 커 다시 지어야 하는 북구청사와 양덕정수장 복구에 108억원과 224억원, 공공시설물 복구에 799억원을 투입한다.

남·북구 보건소와 보건복지부, 병원 심리상담 전문가 1400여명은 대피소와 흥해읍 각 가정을 돌며 불안, 긴장, 불면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증상에 심리상담과 치료를 하고 있다.

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이재민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도 잇따랐다.

기업과 각급 기관·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과 학생, 심지어는 고사리손까지 나섰다.

지진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들어온 성금은 345억원이 넘는다.

전국에서 자원봉사자 2만여명이 대피소에서 이재민과 아픔을 나눴고 구호물품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진 진앙인 흥해읍이 특별재생지역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 절차가 간소화되는 데다 국비 확보 등으로 이른 시일 안에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