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으로 쓸 만한 좋은 문구 좀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이모(38)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렇게 글을 올려놓고는 어떤 답변이 달리는지 기다렸다.

다음날 댓글을 확인한 이씨는 쓴 웃음을 지었다.

자기네 집에는 가훈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며 "요즘도 가훈을 걸어둔 집이 있냐"는 반응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소수가 가훈을 소개했지만, 말만 대면 알 수 있는 흔한 문구일 뿐 마음에 와 닿는 댓글은 없었다고 이씨는 밝혔다.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벽에 가훈을 걸어두셨던 게 기억나요. 요즘에도 그렇게 하는 집이 있나요?"이씨는 결국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답변으로 적어주었다고 했다.

과거 경제계의 한 업체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임직원 296명을 대상으로 ‘가훈 여부’를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45명이 "집에 가훈을 두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현재 세대에서 가훈을 정했다는 답변이 약 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부모나 조부모 세대에서 교훈을 이어왔다는 응답자가 약 48%로 집계됐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더 윗세대에서 가훈을 정했다고 밝혔다.‘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타산지석(他山之石)’ 등 한자성어가 주류를 이룬 가운데, 가훈을 정해놓고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거의 절반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많은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유치원생 딸을 둔 안모(43)씨는 "글로만 써서 걸어두기보다 실생활에서 아이를 바르게 가르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별도 가훈을 정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말이나 글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자녀 교육에 더 좋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모두가 가훈의 의미를 잊은 건 아니다.

여전히 많은 가정은 올바른 자식교육 방법의 하나로 가훈을 정하며, 부모가 앞서서 모범을 보이면 자연스레 자녀들도 따라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허례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거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교생에게 가훈 교육을 해온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가훈을 만들고 따르는 게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한강희 개운초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의 가훈을 받아 그에 걸맞은 사자성어나 한자어를 찾은 뒤, 붓글씨로 써서 전달하는 교육을 6년째 진행해왔다.

그동안 1570가정이 한 교장의 선물을 받았다.

한 교장은 "가정에서 아이 인성교육의 밑그림이 그려진다"며 "학교는 덧칠만 하는 정도라는 것을 교직 생활 기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가훈 정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의 대화로 아이들이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돕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예술문화원 소속 작가들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가훈 써주기 행사를 열고 있다.

가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아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목표를 둔다.

한국예술문화원 관계자는 "매주 행사를 열어왔다"며 "지난 13일 기준으로 올해 가훈 써주기 행사의 수혜자(가훈을 받아간 사람)는 총 5만3651명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