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19명 눈물의 영결식/안치실서 3개 관 연이어 나오자/ 유족·친지 “하늘도 무심” 통곡/“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 슬픔에 잠긴 제천, 송년회 실종/ 李총리·우원식·김성태 등 조문/ 李 “또 이런 일 없게 철저 조사”"작가가 꿈이었던 지성이는 원하던 대학 국문과 합격했다고 좋아했는데…. 효녀 엄마, 심성 고운 할머니까지 3대가 한꺼번에 이렇게 느닷없이 떠나다니 가슴이 미어져요."24일 오전 10시30분 충북 제천시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친정어머니 김현중(80)씨와 경기 용인에 사는 딸 민윤정(49)씨, 손녀 김지성(18)양을 한꺼번에 보내는 영결식이 열린 이날 하늘도 슬픈 듯 장대비를 쏟아냈다.

민씨는 지난 21일 딸 지성양을 데리고 홀로 지내는 어머니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려고 고향에 내려왔다.

점심을 먹고 같이 목욕탕을 간 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김양은 올해 대입 수능을 치러 장학생으로 서울의 모 대학 입학이 확정됐으나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꽃 같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친구 신모 양은 "지성이는 성격도 좋고 노래도 잘해서 주위에 친구가 많았다"며 "작가의 꿈을 이루려고 국문과에 합격했는데 너무 허망하다"고 흐느꼈다.

안치실에서 3개의 관이 연이어 나오자 둘째 아들 민동환(52)씨 등 유족들은 "아이고, 어머니", "가지 마, 가지 마" 하며 목놓아 울었다.

한 유족은 "첫째 딸 윤정씨가 친정어머니를 정말 애틋하게 챙겼다"며 "착한 사람은 먼저 간다더니 하늘도 무심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5시쯤 이 장례식장에서는 김은경(60)씨 발인식이 엄수됐다.

숨진 아내를 떠나 보내는 장문석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운구차를 바라봤다.

평소 등산과 운동을 좋아했던 김씨는 지난 21일 이 스포츠센터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김씨는 은행에서 근무했던 남편을 성실히 내조하며 두 아들을 반듯하게 키웠다.

줄곧 수도권에서 생활하다 10년 전 남편의 고향인 제천에 귀향했다.

이날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7명을 비롯해 제일장례식장 4명, 명지병원 3명 등 총 19명의 발인식이 이어졌다.

인구 13만6000명의 중소도시 제천시는 ‘거대한 장례식장’이 돼 깊은 슬픔에 휩싸였다.

제천시청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좁은 동네로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이 비극적인 현실이 믿기지 않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등 연말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각급 학교는 겨울방학 전 계획했던 축제나 송년 행사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관공서를 중심으로 가슴에 검은 추모 리본을 달았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이날 제천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이 총리는 피해 수습 대책을 보고받은 뒤 "정부든 민간이든 잘못은 잘못대로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정부 조사나 문책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진화와 구조를 위해 노력한 일선 소방관들의 노력은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원인과 진상을 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지만,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정부 부처 중에서도 가장 많은 재정적·인적 지원을 하는 소방청인데 이번엔 초동대처를 분명히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제천=김을지·임정재 기자, 홍주형 기자 e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