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등 무인판매 편의점 도입 / 금융권 챗봇 도입 고객응대 투입 / 전면적 무인화 없다고 일단 부인 / 전문가 “일자리 감소 시간문제” / 2020년까지 710만개 소멸 예상 / 200만개 새로 창출돼도 불균형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사무동 지하 1층. 편의점 입구의 인증기에 일종의 전자카드인 ‘삼성페이’ 기능이 있는 갤럭시S8을 가져다 대자 스르륵 자동문이 열렸다.

8평 남짓한 매장엔 3명의 손님이 있을 뿐, 매장 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손님들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물건을 고른 후 무인계산대에서 자연스럽게 계산을 마치곤 유유히 매장 밖으로 사라졌다.

지난 14일 오후 이마트의 편의점 체인인 이마트24의 서울조선호텔점을 찾았다.

이마트24 조선호텔점은 오후 7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물건 정리 등 매장 관리를 위해 점장이 하루 두 번 정도 들르는 것을 제외하면 100% 무인으로 운영되는 점포다.

이곳은 다른 편의점과 달리 술은 팔지 않고, 담배는 자판기를 통해 카드로 성인임을 확인한 후 구매할 수 있다.

다른 상품의 경우엔 진열대에 적힌 가격을 보고 필요한 상품을 집어 무인계산대로 이동한 뒤 바코드를 찍으면 고른 제품의 총액이 모니터에 표시된다.

포인트 카드나 할인 멤버십이 있다면 이를 적용할 수 있고, 2개를 사면 1개를 더 주는 ‘2+1’ 같은 이벤트도 알아서 반영된다.

이후 신용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면 OK. 주변의 젊은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매장이어서인지, 이런 무인결제를 낯설어하는 이용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마트24 조두일 영업담당 상무는 "같은 건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점심시간을 전후해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며 "통신사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어 편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커피, 물, 음료수 등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잘 팔린다.

글로벌 거대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선보인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는 이미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확산 등 기술의 발달과 인건비 상승 우려가 맞물리면서 국내에서도 ‘무인점포’ 도입을 위한 실험이 시작됐다.

금융·유통 업계를 중심으로 인간을 대신해 ‘챗봇’이 상담업무를 맡고 있고, 아파트 경비원들도 무인 경비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기 위한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편의점 업계 무인점포 도입 시동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전국에 모두 4곳의 무인판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매장 관리를 제외한 모든 판매가 24시간 무인으로 이뤄지는 곳은 이마트24 전주교대점이 유일하고, 조선호텔점은 문을 여는 13시간 동안 무인으로 운영된다.

이 외 3곳은 고객 방문이 많지 않은 일부 시간대에만 무인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CU와 세븐일레븐도 무인판매까지는 아니지만, 무인판매를 위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븐일레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처점은 직원이 상주하기는 하지만, 정맥인증 시스템과 무인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19개 점에도 정맥인증 시스템을 적용했다.

CU는 모바일 기반의 셀프결제 애플리케이션인 ‘CU 바이셀프’를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다.

CU 바이셀프는 스마트폰 하나로 상품 스캔에서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고객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앱으로, CU는 이 앱을 차후 무인점포 실현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15일엔 SK텔레콤과 인공지능(AI) 도우미 시스템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편의점 업계는 무인점포 도입을 시도하면서도, 아직 일반 매장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도난 문제는 아직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매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보안과 관련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점포의 채산성도 고려해야 한다.

CU 관계자는 "무인편의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제와 보안으로 제반 여건을 갖춰나가고 있다"면서도 "무인편의점이라고 해도 물품 정리 등을 위한 인력이 필요하고, 현재도 대부분의 편의점이 1인근무 체제로 구축돼 있어 무인화가 급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역시 당장 무인점포를 확산하기보다는 점원이나 업주의 계산 업무를 줄이고 대신 상품·매장 관리, 서비스 향상 등 다른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에도 편의점 업계 관계자들은 무인화가 향후 중요한 화두가 되리라는 것 자체는 부인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일자리 위협… 구조 변화 대비해야무인화 시도는 편의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챗봇을 도입해 고객 응대 업무의 일부를 맡기고 있다.

O2O(온·오프라인 융합 사업) 숙박업체인 ‘여기 어때’는 챗봇 ‘알프레도’가 24시간 고객을 상대한다.

고객이 "강남에서 10만원대 수영장 있는 호텔을 추천해 줘"라고 하면 관련된 호텔을 추천해 주는 식이다.

은행권도 챗봇을 이용한 이체·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챗봇을 통해 예약 확인, 운항정보 안내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시장분석기관인 가트너는 2021년이면 50% 이상의 기업들이 전통적인 모바일 앱 개발보다 챗봇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챗봇을 도입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편의점 업계와 마찬가지로 전면적인 무인화나 인력대체를 고려하는 것은 아니라며 일자리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다.

하지만 결국 시간문제일 뿐 진화된 네트워크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는 14개국 370여개 기업의 인사담당 임원들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총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발표됐다.

가장 많은 감소가 예상되는 직종은 사무·행정 직군 일자리였으며 이어 △제조·생산 △건설·채굴 △예술·디자인·엔터테인먼트 △법률 △시설·정비 순이었다.

단순 직종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전문영역으로 여겨졌던 예술이나 법률 분야에서도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4월 실시한 일반 시민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의 89.9%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동시에 일자리 감소에도 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는 응답도 82.6%로 높게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대비해 정부에 초중고 교육의 혁신과 실업 및 복지 정책, 기본소득 보장, 성인 대상 재교육 프로그램 운용 등의 정책을 시급히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