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낸 수사권 조정 / 檢, 경제·금융 특수수사 계속 / 영장청구권 등 핵심 쟁점 빠져 / ‘수사·기소 분리’ 공약 후퇴 지적 / 자치경찰 확대는 토호 득세 우려청와대가 14일 내놓은 ‘문재인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은 과도한 권력독점 논란을 빚은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힘을 빼고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행정경찰을 분리해 경찰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로 검찰 권한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견되지만 경제·금융 등 특정 분야의 대형 부정부패 사건에 대해선 직접 수사권이 인정돼 검찰의 우위를 어느 정도 보장받았다는 분석이 많다.

◆수사지휘권 등 핵심 쟁점 사안 빠져청와대는 1차 수사는 경찰에, 2차 수사와 보충적 수사·경제·금융 등 특수사건은 검찰에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언뜻 보면 직접수사와 기소권을 갖고 있는 현행 검찰의 권한이 제한되는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 검찰이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구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경찰이 1차 수사를, 검찰이 2차 수사와 보충적 수사를 한다는 방안은 사실상 현행 수사 실무와 큰 차이가 없다.

지금도 강·절도는 물론이고 경찰 인지 사건에 대해서 일선 검사가 크게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수사를 다 끝내고 기소 혹은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면 그제야 검사가 서류를 검토한 후 일부 미진한 부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첨부해 경찰로 다시 내려보내고 있다.

오히려 검·경 간의 갈등은 이런 일상적 업무가 아니라 고위직 검사, 정치인, 사회 유력인사 등이 연루된 사건을 놓고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경우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경찰에 직간접으로 개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경찰의 수사 방향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게 되면 검찰은 2차 수사만 한다는 방안은 실질적으로 무력화될 소지가 많다.

실제로 검찰은 경찰 수사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경찰 수사 피의자에 대한 조서 작성, 긴급체포 여부 등에 관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내부적으로 상당히 축적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수사지휘권은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 최종적으로는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개혁안에는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독점해 검사 혹은 정권 비리를 비호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에 대해서도 입장이 빠져있다.

물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검찰과 경쟁시키겠다고는 하지만 처장을 비롯한 공수처 핵심 인력을 검찰 출신으로 채워야 할 판이어서 "내부 인사에서 밀려난 검사들이 내려갈 낙하산 자리만 만들어준 꼴"이란 비판이 사정기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금융 등 특수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를 검찰이 계속 갖는다는 유보조항을 두고 기업 비자금 수사→정치인 및 관료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가는 통상적인 특별수사 흐름을 검찰의 공식 권한으로 청와대가 승인해준 것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다.◆자치경찰제 따른 토호 득세·치안 불균형 우려자치경찰에 대한 우려 역시 중대 과제다.

14만 경찰인력 가운데 대부분이 자치경찰 소속으로 바뀌게 되면서 지역치안과 성폭력·가정폭력 담당 경찰에 대한 인사와 예산 권한을 앞으로는 시·도지사가 행사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지방 정치인과 결탁한 토호세력이 결정적으로 힘을 얻게 된다.

한 경찰은 "다른 건 몰라도 자치경찰을 도입하면 제2, 제3의 ‘도가니 사건’이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터져나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보경찰이 인사권을 가진 시·도지사에게 줄을 대려고 선거 정보에 깊숙하게 손을 대면서 경찰이 되레 정치바람을 타게 될 거란 걱정도 있다.

서울과 지방의 치안 불균형 역시 예상되는 부작용이다.

예산이 있는 서울 등 일부 대도시와 가난한 지방은 경찰 월급과 수당, 장비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체감치안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수인력 역시 서울 등으로만 몰릴 것으로 보인다.

박현준·장혜진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