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정책 발표 앞두고 고심 / “교육 불평등 심화” 학부모 거센 반발 / 선거 앞둔 정치권서도 연기 요구 나와 / 시행 유예땐 당국 추진 동력 약해질듯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교육부는 애초 올해 3월부터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할 계획이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정치권에서도 시행 연기를 요구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주 안에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의 추진 방향이 윤곽을 드러낸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유치원·어린이집의 한글과 영어 등 초등학교 수업 대비 특별활동을 놀이 위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방과후 과정에 대한 기준을 넣어 영어수업 등 무분별한 특성화 프로그램 대신 자유롭게 노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규수업에 해당하는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에는 영어가 포함돼 있지 않아 지금도 영어수업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방과후 수업을 이용해 영어 특활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방과후 수업에도 영어를 금지해 초등 3학년 정규 교육과정 전에는 영어를 가르칠 수 없도록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교육부 발표 직후부터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 여론이 형성됐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영어교육을 금지하면 아이를 고가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내야 하는데, 이는 소득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이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발표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폐지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수천 건의 동의가 이어졌다.

그러자 교육부는 발표 다음날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자료를 배포했다.

정치권 역시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오는 6월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이번 이슈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은 최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만찬에서 시행을 연기하자는 의견을 전달했고, 김 부총리도 일부 공감한다는 뜻을 표했다.

지난해 하반기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지지율 가운데 교육분야 지지율이 35%로 가장 낮았다는 점도 교육부로서는 부담이다.

교육부는 여전히 "정책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의 시행을 1년 연기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유예할 경우 앞으로의 교육정책 추진 동력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교육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등 새 정부가 추진한 굵직한 교육정책 대부분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다 지방선거 이후로 유예되거나 반쪽짜리 정책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