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오늘, 22살 청년 박종철이 물고문을 받고 죽음을 당했습니다.당시 검찰·경찰·안기부는 합심해 진실을 은폐하려 하였습니다."14일 조국(52)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언급하며 청와대의 권력기관 구조 개혁안 발표를 시작했다.

이날은 박 열사 31주기다.

조 수석이 직접 춘추관 연단에 선 것은 지난해 5월 25일 이후 두 번재로, 이례적이었다.

굵직한 이슈에도 언론 접촉에 거리를 둬왔다.

조 수석이 마이크를 잡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조국 수석은 박종철 열사의 부산 혜광고, 서울대 선배로 6월 항쟁에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1987년 당시 연대투쟁기구인 '국본'의 부산본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활동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학생운동가로 활약하던 시절이었다.

이 외에도 문재인 정부엔 6월 항쟁의 주역들이 포진해 있다.

그만큼 박 열사 사건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출범 이래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우선 순위에 뒀다.

조 수석이 제시한 경찰·검찰·국정원 3대 권력기관 개편안 가운데 타깃은 검찰에 집중됐다는 평가다.

개혁안의 요지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로 이관 검찰 독점 수사·기소권 분리해 수사권 일부 경찰에 부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권, 특수수사권, 일반 수사권 등 3대 수사권의 대부분을 경찰과 공수처에 넘겨주게 됐다.

조 수석은 "2017년 대통령이 탄핵됐던 원인, 여기에는 검·경·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잘못이 있었음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며 "촛불시민혁명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의 정신에 따라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권력개혁안'은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모두 '입법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개정해야 할 법안만 '경찰법·형사소송법·국정원법·국정원직원법·국회법·감사원법' 등 6개 이상이다.

여소야대 국회 구조 상, 야권의 동의 없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야권의 반발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21석으로 전체(300석)의 과반을 넘지 못한다.

다만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39석)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 의석 과반을 확보하기 때문에 자유한국당(117석)이 반대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야권은 국회와 논의가 없었다는 점과 개혁의 방향성을 문제삼았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하는 마당에 대의기관인 국회의 논의 자체를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청와대 참모진의 꼴불견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가봐도 청와대가 사법개혁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발했으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이관하는 것은 분명히 반대한다"며 "국정원이 권력 하수인 노릇을 했던 과거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엉뚱하게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이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의 비판에 대해 "촛불혁명이 준 시대적 과제를 잊어 버렸거나 엉뚱한 데 힘을 써온 권력기관의 잘못을 덮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집권 2년차에 '입법 전쟁'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50%, 대통령 지지율 70%가 이를 뒷받침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관건은 '협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소통, 대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력개혁안 역시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