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가전 박람회를 앞두고 취재진의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다.

곧 폐막을 앞둔 몸 상태라고나 할까. 개막 전, 빠듯한 간담회 일정 탓도 있겠지만 아마 라스베이거스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느끼지 못했던 시차 적응 문제가 이제야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

"오전 7시 20분까지 모여주세요."하품을 하면서도 발걸음은 빠르다.

9일, 현지시각으로는 8일, 'CES 2018' 참가 기업의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가 차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신기술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까. 첫 주자는 LG전자였다.

이 회사는 이날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10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업 로드맵을 제시했다.

◆ '씽큐' 앞세워 AI 큰 그림 그린 LG…'클로이' 시연 아쉬움LG전자의 프레스 콘퍼런스는 '인공지능(AI) 전략'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LG전자의 새로운 AI 브랜드 '씽큐(ThinQ)'였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씽큐'의 강점에 대해 "맞춤형 진화, 폭넓은 접점, 개발성"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사람을 학습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씽큐'를 통해 집 안팎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 AI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포함해 스마트폰, 자동차 부품 등에도 적용한다.

LG전자는 개방형 전략을 추진하고, AI 관련 기업·연구소 등과 협력해 '씽큐'의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올레드 TV'와 신규 로봇 등도 소개됐지만, 대부분의 시간이 '씽큐'를 적용한 스마트 가전을 설명하는 데 활용됐다.

이번 'CES 2018' 무대를 '씽큐'를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LG전자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LG전자는 'CES 2018' 부스 면적의 3분의 1을 '씽큐 존'으로 꾸몄다.

'씽큐'에 대한 전 세계 취재진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취재진은 진지하게 설명을 들으면서도 LG전자가 힘을 줘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다만, 신개념 로봇 '클로이'를 활용한 시연이 매끄럽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데이빗 반더월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총괄이 "안녕, 클로이"라고 불러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과묵(?)한 '클로이' 탓에 행사장에는 잠시 민망한 분위기가 흐르기도 했다.

◆ 화면을 말았다 폈다…롤러블 디스플레이 시선 집중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 이후가 궁금하다면,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그만큼 인상 깊었던 제품이다.

프레스 콘퍼런스가 끝난 후 LG디스플레이는 'CES 2018' 전시장 내 고객사 전용 전시관에서 '65인치 UHD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를 국내 취재진에게 최초로 공개했다.

'롤러블 OLED'는 둘둘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조작에 따라 말렸다 펴졌다 하면서 크기를 조절하는 시연은 취재진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화면을 조금만 올리면 일정이나 날씨 등을 확인하는 디스플레이로, 모두 올리면 16대 9 화면비의 65인치 TV로 변신하는 신기한 제품이었다.

당장 만나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직은 상용화 시점을 관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상용화 시점을 말하기엔 이르다.세트(완제품) 업체의 상황에 따라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크기와 관련해서도 "세트 업체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만 했다.

◆ 삼성전자, 신제품 홍보보단 AI 비전 소개 집중LG전자에 이어 프레스 콘퍼런스를 진행한 삼성전자의 관심도 AI였다.

삼성전자는 1500여 명 취재진 앞에서 향후 핵심 유행을 'AI에 기반한 연결성'으로 정의하고, 삼성이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홈·비즈니스·모빌리티'라는 세 가지 상황별 시나리오를 통해 차례로 소개했다.

취재진의 관심은 초반부터 뜨거웠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행사 시작 전부터 바닥에 앉아 기다리는 이들도 많았다.

팀 백스터 삼성전자 북미총괄(사장)과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이 무대에 올라 설명을 진행하는 내내 취재진은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김현석 사장은 "더 많은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기 간 연결성을 넘어 지능화된 서비스 '인텔레전스 오브 싱스'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현석 사장은 클라우드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통합 음성인식 확대 등의 세 가지 주요 전략을 제시했다.

클라우드 통합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스마트싱스'와 연동하는 것을 의미했다.

앱 통합은 '스마트싱스' 앱 하나로 삼성의 모든 IoT 기기와 서비스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AI 기반 음성인식 확대는 '빅스비'가 중심이 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자사 전체 스마트기기에 AI 기술을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날 삼성전자의 '프레스 콘퍼런스'의 특징을 꼽으라면 신제품을 적극 소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빅스비'와 '스마트싱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혁신 가치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스마트 TV와 패밀리허브, 삼성 노트북9 펜, 삼성 플립 등이 소개되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스펙 자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해당 제품을 통해 소비자가 어떤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 설명했다.

전날 '삼성 퍼스트 룩 2018' 행사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마이크로LED 기술 기반 모듈러 TV '더 월'도 뒷전(?) 신세로 밀려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팀 백스터 사장은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소비자들의 삶에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연결성에 주목해왔다"며 "올해는 그 약속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