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구나!" 소문난 축제 그대로였다.

관람객이 만들어낸 긴 행렬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계속 이어졌고 참가 기업들은 최신 기술과 제품으로 꾸민 다양한 볼거리로 화답했다.

이제 시작이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8'이 10일(한국시각)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개막 첫날인 10일 라스베이거스에는 100여 일 만에 비가 내렸다.

사막 도로가 비에 젖어 있는 모습도 흔치 않은 구경거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진짜 구경거리는 따로 있었다.

모든 가전·IT 신기술을 총망라해놓은 'CES 2018' 현장이 바로 그것이다.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로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의 영문 약자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람객이 'CES 2018' 현장을 가득 메웠다.

혼잡한 행사장 모습도 소문대로였다.

그래서일까. 미리 생각해놓은 동선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 서로 뒤섞이다 보니 '인기 부스·전시존'을 골라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마음 가는 대로 나의 길을 가련다'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면 소리가 나는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박수와 환호가 들렸다 하면 그쪽으로 가면 됐다.

그곳이 'CES 2018' 핫플레이스였다.

올해로 51주년을 맞은 'CES'는 150여 개 국가에서 4000곳 이상 기업들이 참여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스마트 시티의 미래'다.

총 방문객은 18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나흘간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약 4만5000명가량 다녀가는 셈이다.

◆ '핫플레이스' 삼성·LG전자 전시관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CES 2018' 메인전시장인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위치한 삼성전자 전시관이었다.

국내 대표 기업인데다 'CES 2018' 참가 기업 중 가장 큰 규모(2768㎡)로 전시관을 꾸렸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았다.

삼성전자 전시관은 개막 직후인 이날 오전 3시부터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삼성전자 전시관은 일단 입구부터 으리으리했다.

LED사이니지로 구성된 초대형 파사드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스크린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에 바탕을 둔 삼성전자 제품과 서비스가 소개되고 있었다.

LG전자 역시 입구에서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부스에 들어서자 '올레드(OLED) 플렉서블 사이니지' 246대를 이용해 만든 거대한 협곡을 만날 수 있었다.

LG전자는 이 초대형 협곡에 대자연을 표현하는 화면과 사운드를 담았다.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초대형 디지털 협곡에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신세계를 스마트폰 영상으로 담아내기 바빴다.

◆ CES는 가전쇼? 모터쇼? 로봇쇼?주요 전시관을 둘러본 뒤 제품과 기술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삼성전자 전시관에서는 전자 업체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자동차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 후 처음으로 공동 개발한 '디지털 콕핏'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차량이었다.

'디지털 콕핏'은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로 차량을, 통합 IoT 서비스인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안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차량 안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음성만으로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는 동시에 자동차 앞 유리로 집안 냉장고를 살펴보고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키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가 완료된 지난해 4월부터 '디지털 콕핏'을 준비했다.

이번 'CES 2018'에서 이 기술을 공개한 뒤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지털 콕핏은 삼성전자 IT 기술과 하만 전장 기술이 접목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관련 기술은 삼성전자만의 독무대가 아니었다.

현대·기아차와 BMW, 도요타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대형 전시관을 차려놓고 미래차 기술 알리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가장 주목받은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5분 충전 시 600킬로미터(km) 가까이 주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 '넥쏘'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넥쏘'의 경우 영하 30도의 저온에서도 시동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내구성은 '10년, 16만km'였다.

로봇은 'CES 2018'에서 관람객의 마음을 훔친 대표 제품군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로봇은 소니의 '아이보'였다.

강아지를 닮은 이 로봇은 귀여움으로만 따진다면 단연 으뜸이었다.

꼬리를 흔들고 미소를 띠는 등 22가지 동작을 보여줬다.

시연 도중 명령어를 인식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웠다.

'킥 더 볼'(공을 차다)이라는 명령을 잘못 인식해 꼬리를 흔들거나 눈만 끔뻑끔뻑 대며 가만히 있었다.

관람객들은 이런 '아이보'의 모습에 너그러운 반응을 보였다.

일부 관람객은 "너무 귀엽다"며 시연존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 중국 업체 거센 추격 "혁신만이 살길"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소니 외에도 창홍, 파나소닉, TCL, 하이어, 화웨이, 퀄컴, 인텔 등의 전시관을 둘러보며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소개받았다.

소감이라면 한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돋보였다는 것이다.

대다수 중국 기업들은 TV를 핵심 전시 제품으로 내세웠다.

창홍은 월페이퍼 OLED TV 알리기에 나섰고 TCL은 TV를 액자처럼 보이게 하는 '프레임TV'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한 '스마트TV' 등을 소개했다.

하이센스는 4K 해상도 '레이저TV'와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TV를 공개했다.

삼성과 LG의 경우 이런 중국 기업의 추격을 따돌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위기감을 크게 느끼며 격차를 벌리기 위한 제품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과 LG의 차별화 제품은 이번 'CES 2018'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 기반 세계 최초 모듈러TV '더 월', LG디스플레이는 종이처럼 둘둘 말리는 '롤러블 TV'를 공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금방 따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TCL의 '프레임TV'는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을 그대로 복사해놓은 느낌이었다.

'더 프레임'에 비해 완성도는 떨어져 보였지만, 예술 작품이나 사진을 TV 화면에 띄우는 콘셉트를 그대로 베낀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한국인으로서 씁쓸한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