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나선 北 ‘통남봉미’전략 전환 / 제재 고리 가장 약한 南 공략 노려 / 南이 北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 대화하되 제재엔 흔들림 없어야평창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의 전기로 만들려는 문재인정부의 열망과 평창올림픽과 남북대화를 활용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이완시키고자 하는 김정은의 전략적 의도가 맞아떨어지면서 남북 간의 대화가 급물살을 탔다.

1일 김정은의 신년사가 발표되고 열흘이 채 되지 않아서 9일 남·북한 양측은 ‘고위급 회담에서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협력, 긴장 해소를 위한 군사회담 개최, 남북 관계 모든 문제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해결한다’는 3개 항의 원칙에 합의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끊겼던 서해 군 통신선도 복구됐다.

일견 고위급회담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남북대화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선 의도는 북한과의 오랜 협상경험을 놓고 볼 때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압박과 제재, 고립화에 맞서 전통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즉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추구하는 전략을 포기하고, 미국과 대결하면서 남한과 대화를 추구하는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북한의 통남봉미 전략의 목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해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북측이 남북공동발표문에서 남측과 다르게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을 사용한 의도도 바로 여기에 있다.

9일 발표한 남북 발표문 가운데 북측 리선권 수석대표는 ‘우리 민족끼리의 원칙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남측 조명균 수석대표는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원래 공동 보도문은 똑같은 내용을 발표하는 건데,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이 사용하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은 ‘외세 간섭 없이’를 의미한다.

향후 북측은 ‘우리 민족끼리’ 조항을 가지고 한·미 군사훈련, 유엔의 대북제재 동참 등을 다 문제 삼을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은 고위급회담의 종결회의에서 남측의 비핵화 언급에 강하게 반발함으로써 남측과는 비핵화 논의를 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는 북한의 통남봉미 전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대화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북측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북한 전문가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8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북한이 회담을 제안한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북측에도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면 북측 역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와 대북제재를 철저하게 관철시켜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참하기 시작한 대북 경제제재를 위협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남북대화를 계속하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대북제재는 지속해야 한다.

또한 유화책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꿈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아서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의 ‘뮌헨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체임벌린이 자랑했던 ‘우리 시대의 평화’는 유효기간은 짧았고, 그 대가는 엄청났다.

11개월로 끝났던 뮌헨의 짧았던 평화는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던 것이다.

"국가의 안전, 동포의 생명과 자유가 걸린 문제에서 최후의 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오면 그런 확신이 있을 때는 무력을 사용하는 일을 피하면 안 된다.그것은 정당하고 절실한 문제다.싸우지 않을 수 없을 때는 싸워야 한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평화는 유화책이 아니라 담대한 결전의 의지만이 지켜줄 수 있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국제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