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상권을 죽인 장본인 격이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백종원(52) 더본코리아 대표가 무술년 새해 골목상권 살리기 프로그램(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 중인 가운데 그의 이중적 행보가 '골목 상인'들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더본코리아의 외식 브랜드로 피해를 봤다는 서울의 한 '골목 상인'은 백종원 대표의 방송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너무 이중적이어서 당혹스럽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백종원 대표가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기 상한가를 달리는 이면에는 피눈물을 쏟는 영세 상인들의 아픔이 '빛과 그림자'처럼 공존하고 있다.

왜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백종원 대표에 대해 '골목 상인'들은 불편해하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걸까. '골목상권 살리기'의 전도사로 나선 백종원 대표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골목 상인'들의 실태를 취재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더본코리아 골목 상권 침해 논란 재점화 백 대표가 최근 시작한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둘러싸고 더본코리아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새로운 방송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으로 몰락한 골목상권을 살리겠다고 나서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 대표가 골목상권 파괴자라는 비판적 시선을 희석시키는 수단으로 방송을 이용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백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외식기업 더본코리아는 빽다방‧새마을식당‧홍콩반점‧본가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치열한 외식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백 대표의 대중적이고 친숙한 이미지에 힘입어 단숨에 중소 외식분야 '공룡 기업'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성장 이면에는 탁월한 사업수완과 함께 골목상권 침범이라는 그림자가 공존한다.

백 대표의 성공 요인은 축산물 무역, 도소매업, 소스제조업까지 영위하며 식재료 공급 단가를 낮추는 저가 전략을 취하는 동시에 대중적인 맛을 파고든 점이 꼽힌다.

업계는 백 대표 성공의 8할은 이미지 마케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백 대표의 브랜드들은 별도의 광고 없이 백 대표 사진과 그림만 걸어놓는 경우가 많다.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연예인 보다 더 유명한 외식사업가로 이름을 떨치면서 회사 매출도 늘었다.

이 과정에서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백종원 대표는 자신의 외식업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푸드트럭'으로 지난해 12월 30일 SBS '2017 연예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백 대표는 수상 소감 중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홍보하면서 골목상권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언급해 보는 이들에게 선하디 선한 인물로 다가오며 감동을 선사했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병 주고 약 주는' 이중적 행태란 골목 상인들의 지적이다.

골목 상권을 죽이는 데 앞장 선 장본인이 정작 방송에서는 골목 상권을 살리는 주인공으로 조명을 받으면서 실제 골목 상권 상인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 "'대기업' 더본코리아가 1500원짜리 커피 팔다니…" 골목상권 침해 논란 재점화 지난 9일과 10일 취재진은 백 대표의 외식 사업 출발지이자 한때 이 지역에 백 대표의 브랜드 19개가 모여 있어 '백종원거리'로 명명됐던 서울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거리 일대를 찾았다.

백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들이 밀집해 있어 '백종원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해당 상권에서 3년 전부터 매장 철수를 진행 중이다.

일부 상인들은 방송 유명세를 타고 이 지역 임대료‧권리금 시세 상승에 일조하고 시세차익 등 수익을 올린 백 대표가 비록 방송 프로그램이지만, 몰락한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고 나선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혀를 찼다.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한때는 '백종원 거리'로 유명세를 타면서 손님들이 몰려든 적이 있었다.하지만 백종원 프랜차이즈가 활개를 치면서 기존 상인들은 골목을 떠났고 남은 것은 임대료와 권리금 상승이었다.이제 비용만 올려놓고 백종원 식당은 철수하고 있다.자연스럽게 상권도 활기를 잃었다"며 허탈해 했다.

또 한 상인은 "강남역 푸드트럭도 방송할 때만 화제성 때문에 손님이 몰리고 지금은 한풀 꺾였다"며 "이번 골목식당 프로그램도 이벤트성에 그칠 것 같다.장사 유지가 안 되면 의미가 없는데 방송에서 백종원을 너무 띄워주는 것 아닌가 싶다.더구나 내용도 골목 상권 살리기라니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먹자거리에서 더본코리아 브랜드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현재 한신포차, 본가 본점 등 2개만 남아 백종원거리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빽다방 본점이 있던 자리엔 새로운 식당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파가 몰렸던 백종원 브랜드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먹자골목도 예전의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대다수 식당에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백종원 대표는 골목 상권 침해의 장본인" 영세 자영업을 영위하는 먹자거리 상인들은 백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날 만난 상당수 상인들은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첫째로 꼽았다.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는 진출 분야 자체가 김치찌개, 고기, 닭갈비, 국수, 우동, 저가 커피 등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영위하는 업종에 치중돼 있어 골목 상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자영업자들은 엄두도 못낼 만큼 싸게 판다.

더본코리아 내 브랜드 간에 영역이 겹치는 부분도 있어 가맹점주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더본코리아는 중국음식을 판매하는 중식 브랜드만 세 가지(홍콩반점0410, 홍마반점0410, 마카오반점0410)다.

백종원거리에서 5년 째 식당을 운영 중인 상인 A씨는 백 대표의 브랜드 때문에 주변 식당들이 다 망가졌다고 성토했다.

그는 "백종원 씨는 조금 더 비싸게 팔면서 번듯한 상권에서 장사할 수 있는데 왜 이런 영세상인들 많은 시장통에 와서 1500원짜리 커피를 팔고 4000원 짜리 잔치국수를 파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이 거리에서 백종원 씨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전에 사람이 몰린다고 해서 들어온 상인들 중 생각만큼 장사가 안 돼 다시 나간 사람들도 많다.백종원 브랜드 나간 자리에 들어온 상인들 상당수가 죽을 맛이라고 들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상인들은 백 대표 브랜드들의 저가 전략에도 문제가 많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한 상인은 "사실상 더본코리아는 대기업인데 그런 회사가 여기서 1500원 짜리 커피를 파는 건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백종원 브랜드 했다가 망해서 나간 사람들도 많았다.임대료는 월 300~400만 원씩 내야하는데 파는 물건은 3000~4000원 짜리니까 망해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일부 상인은 저가 전략을 쓰는 백 대표 브랜드가 먹자거리에서 수년 동안 장사를 한 탓에 소비자에게도 '백종원거리는 다른 곳보다 싸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면서 그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인 B씨는 "임대료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인데도 백종원 브랜드가 바로 옆에서 5000원짜리 밥을 팔기 때문에 주변 상인들은 임대료 등 운영비가 상승해도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그 가격을 유지할 수 없는 영세 소상공인들은 사실상 다 망하는 것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백종원 프랜차이즈가 잔뜩 있다가 사라지면서 이 동네에는 비싼 고급 식당은 아예 들어오지 못한다.손님들이 백종원 브랜드 가격에 익숙해져서 다른 식당 가격이 비싸다고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먹자거리 가까이에 있는 영동시장 역시 백 대표 브랜드가 빠져나간 후폭풍을 감당하는 중이었다.

이곳에서 20년 동안 음식점업을 했다는 중년의 상인은 "전적으로 백종원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건물주들이 백종원상권이라는 명분으로 임대료를 많이 올린 것은 사실이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백종원 브랜드가 많을 때는 장사가 잘 됐는데 대거 빠진 현재는 찾아오는 손님이 줄고 매출이 곤두박질하는 상황에서 임대료 감당이 안 돼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