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부처 차관회의서 대책 논의 / 부처 간 엇박자 여론 의식 비공개 진행 / 시장선 ‘시범 폐쇄’ 등 괴소문 나돌아 / 법무부 “사실 아니다”며 뒷감당 진땀 / 靑, 폐지 포함한 강력 규제 추진 가닥 / 시장 충격 최소화 방안 마련 나설 듯‘비트코인 파동’이 이틀째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라는 강경 정책이 전날 공표되면서 시작된 파동은 정부 내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으로 이어졌다.

혼돈의 책임소재 및 정책 실효성을 놓고 여야 간 공방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화폐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추진 상황과 은행계좌에 대한 특별검사, 검경 수사 상황 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회의와 달리 정부는 이날 회의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거나 브리핑하지 않고 철저히 비공개로 다뤘다.

파동의 근원인 법무부는 뒷감당에 진땀을 흘렸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규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대뜸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놀란 취재진이 "범정부 입장으로 생각하고 기사 쓰면 되느냐"고 묻자 "법무부 입장으로 해달라"고 요청하긴 했다.

하지만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박 장관이 "중요한 부분에 있어 (부처 간 협의가) 다 끝났다", "그것(거래소 폐쇄)에 대해선 부처 간 이견이 없다" 등 발언을 내놓자 언론은 정부 방침이 사실상 정해진 것으로 받아들여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5시간 뒤 청와대가 "확정된 것은 없다"며 제동을 건 뒤에야 법무부도 한발 물러섰다.

법무부는 전날 오후 6시15분 문홍성 대변인 명의로 "정부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 놓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거래소 폐지가 확정된 방침이 아님을 인정했다.

법무부의 성급한 입장 발표로 인한 후폭풍은 이날까지 이어져 시장에선 ‘법무부가 12일 오후 2시를 기해 가상화폐 투기 진압 특별성명을 발표한다’,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한 곳을 사설 도박업장으로 선정해 폐쇄한 뒤 순차적으로 타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한다’ 등 괴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법무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해명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정부에 쓴소리를 내놓으며 혼선을 부채질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거래소 폐쇄까지 들고나온 것은 너무 많이 나갔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는 블록체인 등 기술 확산을 물리력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추가 혼선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조만간 당정협의를 거쳐 대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뒷북치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야권은 정부를 신랄히 공격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멀쩡하던 암호화폐 시장을 법무부와 청와대가 들쑤셔 놓으면서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도박장으로 만들어놨다"며 "최저임금에 이어 가상화폐까지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며 손대는 것마다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와 진정한 마이너스 손이 따로 없을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일찌감치 대통령 주재 회의 등에서 가상화폐 문제를 논의했던 청와대는 일단 일선에선 한발 물러선 입장에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며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도입하려는 모양새다.

내부적으로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안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책 조율 과정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라는 데 상당히 많은 무게가 실려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장이 겪는 충격을 감안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금 그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거래소 폐지 추진에 대해선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법률로 해야 하는 사안으로서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