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인천의 한 지하철역 역무실."하나만 남았네요? 근데 이게 잘 안 되네…."기자가 낑낑댔지만 우산은 결국 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통에 꽂혀있던 거다.

옆에서 지켜보던 역무원은 씁쓸히 웃었다.

누군가 빌렸다가 돌려줬지만 다음 사람이 쓸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인천교통공사는 오래전부터 지하철역에서 무료 우산대여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비나 눈이 오는 날, 우산 없는 승객들에게 빌려주고 다시 받는 시스템이다.

시민의 양심에만 맡긴 ‘양심 우산’이다.

하지만 우산 회수율은 사실상 0%다.

서울교통공사도 같은 서비스를 했지만 중단한 상태다.

공사 관계자는 "과거 승객들에게 우산을 빌려줬지만 이제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여러 단체가 기증하면서 탄생한 양심 우산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이날 역에서 확인한 대여 장부에는 빌려 간 사람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었다.

최근 대여 날짜는 12월 중순이었다.

대여일과 반납일이 거의 한 달이나 떨어진 우산도 있었다.

실제 신분증 확인은 어려웠다고 역무원은 말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진위를 가리려 신분증을 요청하면 "못 믿느냐"며 몰아세운 탓이다.

장부에 적힌 정보만 믿고 우산을 빌려줄 수밖에 없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승객들께서 자발적으로 돌려주셔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의식 결여로 물건 분실 문제가 생기는 중국 공유경제 부작용을 많은 이들이 지적하지만 실상 주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져갈 때는 고마우면서도 쓰고 나면 당시의 마음을 잊고 나 몰라라 하는 이기주의다.

다른 승객 편의를 위해서라도 귀찮음을 견디고 돌려달라는 게 관계자 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산대여는 시민 편의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공공 서비스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우산이 필요한 이에게 빌려주고 받아 왔으나, 점점 돌아오는 수가 줄어들면서 거의 운영이 중단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우산 수백개 대여를 시작한 수도권의 한 지자체도 몇 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빌려 간 이가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거나 자기쯤이야 하는 생각에 우산을 반납하지 않아서가 이유로 지목됐다.

지자체 관계자조차 언제부터 대여를 중단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씁쓸함을 자아냈다.

"서울시 도시철도공사가 역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우산이 대부분 회수돼 시민의식이 많이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지금까지 빌려준 1962개 우산 가운데 약 87%인 1704개가 돌아왔다.우산을 돌려주지 못한 일부 승객은 미안하다고 전해왔다."20여년 전, 한 매체가 보도한 ‘지하철 우산 회수율’ 기사 일부다.

시민의식이 성장했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제 우리는 저런 일을 바랄 수조차 없는 걸까?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