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에 남북 한팀 구성 제안 / 협회·선수들에겐 설명 없어 / 대표팀의 땀 외면·희생 강요 / 함께 연습 못해 균열 우려도지난 12일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지훈련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서가 아니다.

이날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고 밝혀 평창동계올림픽만 보고 달려온 대표팀 중 일부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단일팀 여부는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재하는 남북 간 회의를 통해 최종 결론난다.

단일팀 구성은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이어 27년 만에 세 번째 단일팀이 출범하게 된다.

올림픽, 아시안게임처럼 국제 종합대회에선 사상 처음이다.

‘평화올림픽’이라는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대회 흥행을 이끄는 데 손색이 없는 카드다.

그러나 정치적인 대의를 명분으로 국내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학교와 실업 리그를 통틀어 정규 팀이 하나도 없는 국내 아이스하키 환경에서 구성됐다.

피아노 전공 음대생, 의대생 등 다양한 이력의 선수들이 뛰는 상황에도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B(3부 리그)에 사상 처음 승격하는 ‘동화’를 썼다.

이는 2014년 머리 감독 부임 이후 다져진 끈끈한 조직력 덕분이다.

단일팀이 만들어질 경우 북한은 5명 이상의 선수를 보낼 것으로 예상돼 조직력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노 차관은 국내 선수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엔트리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 해도 올림픽 출전의 꿈만 바라보며 달려온 몇 명은 북한 선수에 밀려 벤치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대표팀의 올림픽 예선 1차전은 오는 2월 10일 스위스전이다.

북한 선수들이 국내에 오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합을 맞출 기간은 열흘 남짓에 불과하다.

사실상 성적은 포기하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정부는 아이스하키협회 및 선수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고 일방통행으로 단일팀을 밀어붙이고 있다.

다분히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외면하는 처사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메달 가능성이 낮지 않나. 어차피 성적을 기대할 수 없어 정치적 도구로 쓰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내 선수들을 볼모로 잡은 단일팀이 과연 우애와 공정성을 내건 스포츠정신, 올림픽정신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않다는 걸 ‘윗분’들만 모르는 것 같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