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이 주택시장 교란 판단… 당국, 과열 진앙지 ‘강남’ 정조준 / 재건축연한·안전진단 기준 강화… 천문학적 부담금 시장 위축 전망 / 가장 중요한 공급대책은 빠지고 산정방식 문제많아 위헌 논란도정부가 재건축 연한 상향 검토 방침을 밝힌 데 이어 21일 재건축부담금 예상액까지 미리 공개한 것은 최근 집값 과열의 진앙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정부는 최근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강남 재건축 시장이 실수요자보다는 여전히 시세 차액을 노린 투기 세력에 의해 교란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재건축 가능 연한·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고, 최대 8억4000만원에 달하는 부담금 ‘폭탄’까지 가세할 경우 재건축발 아파트값 상승세는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담금을 둘러싼 위헌소지나 재건축 위축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 등으로 인한 집값 상승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재건축으로 돈 버는 시대 끝났다지난 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재건축 가능 연한·안전기준 강화 검토 발언에 이어 이날 재건축 예상 부담금 발표는 "조합원이나 투자자나 할 것 없이 재건축 아파트로 돈 벌려고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앞으로는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진행되지 못할뿐더러, 재건축으로 이익을 본다고 해도 최대 절반을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 예상대로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서울의 웬만한 중형 아파트값만큼 나올 경우 이를 감수하고 재건축을 추진할 단지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담금이 많게 나온다면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계속할지, 과거처럼 규제 완화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사업을 중단할지 갈림길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금을 산정해 조합에 통보한 뒤 알려질 내용을 국토부가 미리 시뮬레이션해 공개한 것도 주목된다.

온갖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파트 투자·투기 세력을 이번엔 확실히 뿌리 뽑겠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초강수’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국토부가 작년 8·2 대책에 따라 제출된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주택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중 임차인이 있는 비율이 지난해 10월 38.6%에서 12월 59.2%로 급증했고, 매입한 주택을 계속 임대하겠다는 매수자의 비중도 같은 기간 22.0%에서 39.5%로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도 실거주보다는 시세 차익을 겨냥한 갭투자가 많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안 가본 길 가려는 정부… 반발도 클 듯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반발과 시장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강남권은 2006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도입 이후 실제 부과 전 제도가 유예(2012년)됐기 때문에 만일 올해 부담금이 나오면 첫 사례가 된다.

또 강남권을 제외하더라도 그동안 부과된 사례가 별로 없어 부담금을 산정하는 방식에 대한 시장 반발이 크다.

부담금의 개발이익 산출이 입주일로부터 10년 전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게 대표적이다.

10년 전이면 입주 시점의 시세와의 차이가 너무 크고, 조합원 각각의 아파트 매입 시점과 이에 따른 차익 차이도 별도로 고려되지 않는다.

위헌 소지도 있다.

부담금의 근거가 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등을 이유로 현재 위헌소송이 제기돼 있다.

이밖에 도심 요지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재건축의 순기능을 무시한 일방적인 규제에 대한 불만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알면서도 지금도 그때처럼 수요만 억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만일 재건축을 제한하려면 그만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도심 택지부터 서둘러 확정·발표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