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가구 늘고 고령화 심화 … 주택제도는 여전히 4인 중심 / 고독사·‘주거낭인’ 등 내몰려 /‘주거 공동체’ 新트렌드 유입… 법규보완 등 제도 지원 필요# 지난 7일 오전 9시30분쯤, "언니가 새해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B씨 여동생의 신고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임대아파트를 찾은 경찰은 화장실에서 숨진 A씨(80·여)를 발견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씨의 죽음은 열흘이 지나도록 관할 행정기관이나 이웃주민 누구도 몰랐다.

# 약 2년 전 서울 강남의 한 고급아파트 욕실에선 B(7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집 안은 욕실에 틀어진 샤워기에서 나온 물로 흥건했다.

"인기척이 없고 아래층으로 물이 샌다"는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가 1주일 전쯤 샤워를 하다 심근경색이 생겨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오래전 부인과 이혼한 뒤 자녀들과도 연락이 뜸한 채 20억원대 아파트에서 홀로 지냈다고 한다.

심심찮게 일어나는 ‘고독사’(혼자 외롭게 살다 아무도 모르게 맞는 죽음) 사례다.

이뿐 아니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 전월세로 인한 ‘주거 난민’과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낭인’ 급증, 이웃 간 무관심과 반목 등 우리 사회 주거문화의 폐단은 심각하다.‘아파트 공화국’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도시화에 이어 실직과 파산, 이혼, 사별, 취업난 등에 따른 가족해체와 1인가구 확산, 저출산·고령화 심화 등 인구·사회구조 변화에 맞는 주거 환경 대응을 소홀히 한 대가다.

예컨대 1995년 기준 1인(12.7%)·4인(31.7%)가구 비중은 20년가량 지난 2016년(1인 27.9%, 4인 18.3%) 크게 역전됐지만 주택건설 관련 제도와 정책은 여전히 4인가구 중심이다.

이 때문에 시급히 주거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택 수요자가 형편과 취향에 따라 선택한 양질의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주거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공동체 활동가인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은 21일 "갈수록 1, 2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저성장·저출산·고령화가 불가피한 만큼 주택에 대한 인식과 주택공급체계가 확 바뀌어야 한다"며 "누구나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거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주목받는 대안 모델은 1970년 전후 덴마크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된 ‘코하우징’(Co-housing·공동 주거) 주택(단지)이다.

코하우징은 입주자들이 각자의 거주 공간과 전체 공유공간(커뮤니티 시설)을 두고 소통하며 사는 ‘따로 또 같이’형 주거 양식이다.

국내에선 6∼7년 전부터 ‘공유·공동체 주택’ 등의 이름으로 코하우징 실험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관심 부족에 따른 관련 법규 미비와 지원시스템 부실 등으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최정신 가톨릭대 명예교수(소비자주거학)는 "이웃과 소통하며 살고 싶어도 주거 환경 자체 탓에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코하우징 개념이 주택뿐 아니라 지역사회로 확장되도록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적극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