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일팀 관련 기자회견 / “정치 상황 힘들지만 결정권 없어 / 선수들에 맞는 전술노트 줄 것” / 北선수들 내달 돼야 선수촌 합류 / 김농금·원철순 등은 전력 보탬 / 단기간 조직력 끌어올리기가 관건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은 부드러운 ‘엄마 리더십’을 갖춘 사령탑이다.

그는 선수들을 매섭게 다그치기보다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며 사기를 북돋운다.

이는 위기 때마다 선수들이 당황하지 않고 최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에이스 공격수 박종아(22)는 머리 감독을 두고 "좀처럼 화를 내는 법이 없다.그 덕분에 실수가 나와도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머리 감독이 전에 없던 불호령을 내리며 대표팀을 지휘해야 할 판이다.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회의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엔트리가 35명으로 대폭 늘었고, 북한 선수가 매 경기 최소한 3명이 출전해야 해 팀 운용방식을 대폭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첫 경기는 오는 2월 10일 열리는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다.

추가되는 북한 선수 12명이 2월 초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입촌할 전망이라 합동훈련기간은 길어야 열흘 남짓이다.

제아무리 온화한 머리 감독이라도 새로운 선발 엔트리를 짜내야 하는 스트레스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고심하던 머리 감독은 2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남북 올림픽 참가회의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이 우리 선수들 23명 중 일부의 희생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만감이 교차한다.정치적인 목적에 우리 팀이 활용되는 상황이 힘들다.그러나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따라서 선수들에게도 그런 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선수들에게는 저마다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플레이북(전술노트)이 있다.북한 선수들이 오면 최대한 빨리 그들에게 맞는 전술노트를 나눠줄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를 출전시키라는 압박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감독은 가장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선택해야 한다.북한 선수를 쓰라는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선수 선발 전권은 나에게 있고 내가 원하는 선수를 쓸 것이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단일팀 감독으로서 경기력 저하를 부를 수 있는 정치적 개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앞서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중에서 2~3명 정도는 단일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머리 감독이 언급한 선수들은 북한 대표팀에서 1라인을 책임진 수비수 김농금(37), 원철순(32)과 젊은 공격수 ‘3인방’ 박선영(25), 김향미(23), 정수현(22)이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 1~3라인을 국내 선수 위주로 짠 뒤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북한 선수들을 4라인으로 세워 놓겠다는 생각이다.

이 중 북한 동계스포츠의 산실 장자산체육단 소속의 김농금은 오랜 기간 최연장자로 대표팀을 이끌어 특유의 관록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머리 감독이 "육탄 방어가 좋았다"고 극찬한 원철순 역시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기대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