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용역연구 1건도 없어 / 5년간 7458억 쓰면서 무관심 / ‘블록체인’ 주제 연구는 단 1건 / 정책수립에 참고할 분석 전무‘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정부의 오랜 병폐다.

가상화폐 광풍에서 정부는 갈팡질팡하다 때를 놓쳐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정책 용역연구는 수년간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한 건 2009년 1월 3일. 신원미상의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8년 10월 9쪽짜리 관련 논문을 세상에 공개했을 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폭발적인 잠재력 때문에 당시부터 세계 금융·경제의 ‘뜨거운 감자’였고 오늘의 혼란은 사실상 예고된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는 2009년부터 매년 2000건 이상 온갖 정책과제를 전문 연구기관에 맡겨 오면서도 가상화폐 관련 연구는 단 한건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정부 정책연구데이터베이스인 ‘온-나라정책연구’에 따르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정책 용역연구는 총 2만3437건에 달한다.

건당 평균 5000만∼6000만원씩 2012∼2016년간 총 7458억원이 쓰였다.

그러나 이 중 ‘비트코인’은 물론 ‘가상화폐’를 주제로 한 연구는 한 건도 없다.

다만 가상화폐와 밀접한 ‘블록체인’을 주제로는 단 1건 이뤄졌다.

금융위원회 의뢰로 2016년 성신여대 연구진이 실시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도입방안 연구’다.

정부가 한해 많게는 1800여억원을 써가며 정책연구를 하는 이유는 깊이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을 입안, 집행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쟁점을 다루다보니 필요성이 의문일 정도로 소소한 주제도 많다.

또 블록체인 분야 총론 격인 4차 산업 관련 연구는 총 15건 실시됐다.

결국 최근 수년간 각 부처별로 ‘4차 산업 육성’이라는 보기 좋은 큰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면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상화폐 대응 연구는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주무당국 내부에서 자체 연구가 수행됐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각 부처 홈페이지 등을 통한 검색으로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재정·통화 당국 등이 꾸준히 관련 보고서를 생산한 외국과 비교된다.

미 재무부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가상화폐 관련 보고서가 검색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스뱅크